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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29 소도시의 외딴 섬
  2. 2019.03.17 니벨롱겐의 노래
  3. 2019.03.10 지연
  4. 2019.02.05 변화하는 명절 문화
  5. 2019.02.04 빵과 포도주

소도시의 외딴 섬

단상 Vorstelltung 2019. 4. 29. 22:5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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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업무 때문에 작년 11월 이후 편도 70km로 다니던 소도시의 한 대학가에 지난주 단촐한 이사를 완료하고 오늘 첫날 밤을 묵는다. 마치 대학 자취생이 된 기분이지만, 웬지 낯설다. 몇 안되는 책가지와 분해된 탁자와 의자, 기타만 달랑 가져왔을 뿐인 소박한 보금자리다. 단지 몇개월만 예상하고 잠정적으로 온 것이지만 조금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아무튼, 길바닥에서 낭비하던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술만 줄이면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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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롱겐의 노래

책들 Bücher 2019. 3. 17. 19: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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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공부를 띄엄띄엄 오래 했지만 도대체 실용적인 방식으로 빠르게 익히고 듣기 위주의  학습을 위해 두번째로 다락원의 대역문고를 샀다. 잘 팔리지가 않으니 최근의 이 시리즈는 5편 밖에 없다. 근 20년 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첫번째로 산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깨어진 항아리>는 두달간의 출퇴근 차량에서 약 30 시간 이상은 들은 터라 건너 뛸 때가 되긴 했다. 비록 아직 문장을 읽지 않고서는 들리지 않는 문구가 있기 하지만.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시기 이래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영웅들의 이야기가 1200년 경 서사시로  집대성된 이야기 중 하나인  <니벨롱겐의 반지>는 네덜란드의 왕 지그프리트의 죽음과 이에 대한 크림힐트의 복수로 세워진 두 축으로 구성된다.  서사시의 문장틀을 A2 수준의 어학학습에 맞도록 뜯어 고친 프란츠 슈페히트의 편집본으로 아마도 독일에서 초등 졸업생 정도의 어학 실력으로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단계다.  동화책 정도도 읽고 듣고 쓸 수 없는 수준이라면 철학책은 오죽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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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단상 Vorstelltung 2019. 3. 10. 12:4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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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실행하려던 일상의 변화가 여러가지 사정상 지연되면서 새로운 모험에 대한 냉혹한 전망이 오히려 가중된다.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어느 순간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 심리다. 다른 일에서도 그렇지만, 먼저 서두르면 금물이라는 것은 유효한 심리 전술이다. 다급할 때 조급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더 면밀히 상황을 직시하고 빠른 판단을 해야 한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모순 문장은 동일한 의미의 다른 표현이다.

느릿느릿 읽고 있는 실로네의 <빵과 포도주>의 맛이 포도주처럼 익어간다. 연로한 스승과 도망다니는 제자, 돈 베네데토와 돈 파울로의 짧은 만남은 꼭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마다 바쁜, 혹은 제한된 시간의 굴레에 있기 때문이다.

일과 일하는 지역이 바뀌면서 한달에 한 두 번 일요일 근무를 선다. 세 번째인데, 세 번 다 다른 일들이 펼쳐진다. 어디 하루가 같은 하루가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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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명절 문화

잡다 Vielerlei 2019. 2. 5. 18:1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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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의 확산, 1인 가구의 증대 덕분에 명절 문화의 변화가 감지된다. 서양에서는 부활절과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동양에서는 추석과 설을 중심으로 가족과 친지가 한데 모이는 이동현상이 유독 짙게 남아 있는 곳은 중국과 한국 같다. 충분히 움직이고 여유있게 가족과 친지들이 만날 수 있는 절기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숨통을 터주는 일종의 집단휴가다. 설사 이런 기간에 일하는 임노동자들이라도 아예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자영업자는 다르지만.

순수히 물적 유통의 관점에서 봤을 때 명절은 응축된 소비력을 팽창시키는 일종의 출구 내지 축제다. 김영란 법의 영향으로 비교적 고가의 선물류는 뚜렷한 퇴색기조를 보이지만 생활형 선물과 식재료 관련 물품의 소비는 명절에 극점을 찍는다. 산지에서는 주문도 없는 물품을 명절의 분위기를 타고 올려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경향이 퇴조된다면 소비력은 줄어들까? 명절 휴일을 현재처럼 유지한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모으고 뿌리는 축제의 기간은 소비의 시간이다.

명절 기간을 무색하게도 미국의 대북특대는 마치 설 선물이라도 주는 것인냥 북한과 남한을 오고가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감사할 노릇는 전혀 없지만, 명절의 기간은 또다른 숙고의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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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포도주

책들 Bücher 2019. 2. 4. 08:4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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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 받은 노트북의 무선설정을 한달 내내 방치하다가 이제야 했다. 평일은 어렵더라도, 주말에 틈틈히 쓰는 글에 집중하고자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려는 의도도 있었으나 아무래도 불편했다. 앞으로의 미래는 신체에 이식된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것과 연결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불안해 보이지만, 열고 닫는 것은 사람의 선택일 뿐이다.

이냐치오 실로네의 <빵과 포도주>를 읽고 있다. 그렇고 그렇게 익숙한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의 반파시스트 사회주의 지하운동조직의 이야기지만, 신부로 숨어들어간 설정은 재미있다. 책 자체의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이런 설정 자체가 내용의 무거움을 반감시켜 준다. 웃기기 위해서 울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웃음은 진정성을 회전시키는 윤활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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