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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다니던 약수터 산길을 넘어서 어제는 5시간의 산행을 했다. 오전과 점심에 걸쳐 안성까지 동료 직원의 조모상에 다녀온지라 오후에 약수터를 벗어나 한창 산에 오를 때는 졸음기 때문에도 힘들었지만 30도를 오르는 고온에 물과 간식물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산을 타는 것이 고욕이었다. 산에 어둠이 닥치기 전에 산 정상 너머에 있는 천년 고찰에 가고자 속도를 내는 것도 잠시 뿐, 얼마 가지 않아서 산길 바닥에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숨을 헐떡거렸다. 나를 추월해 가던 두 팀 외엔 산에 인적도 드문 편이어서, 작렬하던 해가 흐물거리는 산 정상에는 나와 까마귀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절에 도착하니 나를 추월했던 팀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접하면서 사람의 기운이라는 것이 이리도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어려운 산행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몰려 왔다. '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망상에 사로잡히고 싶은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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