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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6 사랑이 죄인가
  2. 2010.04.26 5년 후의 모습
  3. 2010.04.24 전향
  4. 2010.04.22 친절한 상담
  5. 2010.04.20 8년 전의 알바 일기 : 지방선거 즈음

사랑이 죄인가

문학 Literatur 2010. 4. 26. 22:3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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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으로 사랑을 받쳤지만 상처만 주고 떠나버린 밀드레드를 잊고 새로운 다정한 연인 노바와 행복히 지내던 필립은 버림받고 돌아온 밀드레드 앞에서 다시 무너진다. 사랑은 죄는 아니지만 사람을 죄인으로 만든다.

"노라와 행복해지고 싶기보다 밀드레드와 불행해 지고 싶은 것이다...소파 위에 파란 표지의 조그만 책 한 권이 펼쳐진 채 엎어져 있었다. 필립은 무심코 그 책을 집어들었다. 싸구려 대중소설로 작가는 코트니 페지트였다. 노라가 필명으로 쓰는 이름이었다. "이 사람 책 너무 맘에 들어요" 밀드레드가 말했다. "이 사람이 쓴 건 다 읽었어요. 아주 세련된 작품이라구요" 언젠가 노라가 자기 글을 두고 한 말이 생각났다. " 내책은 하녀들이 엄청나게 좋아해요. 내 작품을 아주 고상하게 보나봐요.""

『인간의 굴레에서』2(민음사, 2008, 1판20쇄), p.54, 60.

밀드레드에게 이미 마음이 넘어가고 노바에게서 마음이 멀어져 가지만 그래도 노바에게 동정-동병상련의-이 남아있던 필립에게 다중연애의 달인인 동료 그리피스가 충고해 준다. 그러나 필립의 소개로 만난 그리피스와 밀드레드는 서로의 관능에 끌려 연인이 되고 만다.  

"이 사람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군가는 괴로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이를 악물고 참어. 한 가지는 분명하니까. 오래 가지는 않을 거야...ㅣ괴로움을 주는 게 그렇게 마음에 걸린다면, 그 여자에게 다시 돌아가는 수 밖에...편지를 쓰게. 다 끝났다고 말하는 거야. 그 점에 오해 없도록 분명히 해두어야 해. 상처를 받겠지. 하지만 이런 때는 어정쩡하게 처신하기보다는 매정하게 처리해 버리는 편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덜 주는 법이야" 

상동, 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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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의 모습

경영 Management 2010. 4. 26. 12:4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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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마케팅 관련 책을 보면서 노트하기 위한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글 옮기는게 우스꽝스럽지만, 일종의 실용적인 팁 정도로 남겨 둡니다.     

몇 년 후의 나의 모습은 그동안 읽은 책과 만난 사람들을 제외하곤 지금과 같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때 정확한 경영이 가능하다.

성공이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본업을 그만두면 안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아무도 대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면 취미생활을 하는 것일 뿐, 경력을 쌓는 것은 아니다.

사업체를 운영할 때는 지출보다 수입을 많게 하라.

비용절감이 중요하기는 해도 그것이 에너지를 부정적으로 낭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선 안된다.

사업을 비롯해서, 어떠한 일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설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 구하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현명한 관리자는 민감한 데이터로 간주될 것들을 공유하는 편이 오히려 큰 재정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답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수익과 관련된 사업현황을 잘 이해할수록 팔을 걸어붙이고 도와주려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죠...시장에서 순이익률이 5%인 스테이크를 6달러에 사온 뒤 20달러에 팔고 있는데 실수로 한 개를 태우게 되면 여섯 개의 스테이크를 더 팔아도 아무런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수익이란 고객을 잘 관리하고 직원들을 잘 대우해준 대가로 받는 박수갈채이다.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해주는 것은 제품도, 서비스도, 가격도 아니다. 진실의 순간에 우리는 경쟁사를 물리친다. 진실의 순간이란 고객이 우리 회사의 누군가와 접촉할 때, 그들로 하여금 각별한 느낌을 갖게 하는 순간을 의미한다.ex)호텔의 모닝콜

열광적인 팬을 만드는 서비스는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방어적 자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 내가 들은 것을 얼마나 행동에 옮기는가에 달려 있다. 설령 행동에 옮기도록 바로 결정을 못하더러라도 경청하는 노력만으로도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우리가 고객으로 하여금 경험하게 하고 싶은 것에 그들이 실제로 이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조합할 때 내가 원하는 고객 서비스의 완벽한 밑그림이 완성된다.

-켄 블랜차드 외,『1분 경영수업』 윤동구 역(랜덤하우스, 2008, 1판 3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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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서술 Beschreibung 2010. 4. 24. 22:2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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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대학원을 수료하고 작년에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다시 공부의 길로 진입해 볼 것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대학원 수료 당시와 마찬가지인 현실의 조건, 그러니까 먹고 사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서는 다시 그곳에 들어설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인정해야 했다.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지만 이런 굴레로 인해 개인은 살아갈 수 있고 사회는 유지된다. 공부와 현실이라는 엇갈린 길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가 못마땅했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결단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좀더 현실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며, 공부도 이런 현실에 부합하는 쪽으로 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내가 현실적 인간으로 하루아침에 탈바꿈하겠다는 가능성없는 다짐은 하지 않는다. 본성은 어느 정도 우발적이고, 그래서 운명적이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의 피곤을 사람들이 TV와 스포츠, 음주로 해소하듯이 나에게는 문학과 철학과 같은 회백질 교양은 이제 소비될 뿐이다.   

고등학교 때는 물론 지금까지도 나와  가장 맞지 않을 뿐더러 학으로서 인정하고 싶지도 않게 혐오스러웠던 경영학 또는 마케팅 공부를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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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상담

문학 Literatur 2010. 4. 22. 11: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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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휴가라서 아침부터 마을 도서관에서 루만의 『사회체계이론』을 보다가, 아무래도 이제 소설책 읽기는 잠시 접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안남았던 『인간의 굴레에서』1권을 마져 다 읽고 반납했다. 화가의 길을 접은 현실적인 필립은 의사의 길로 나선다. 소설의 1권 뒷부분은 신사와 카페 종업원의 쓰라린 연애담이다.

보통의 화가가 될 정도의 재능 밖에 안될 바에야 다를 길을 찾아 볼 것을 고민하는 필립이 화가의 길에 정진하고 있는 클러튼에게 듣는 얘기.

"아, 이보게, 신사가 되고 싶으면 화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네. 신사와 화가는 연관이 없어. 노모를 모시겠다고 상품화를 그리는 사람들 얘기 들어봤을 거야. 효자는 효자지. 하지만 그렇다고 형편없는 그림을 그려도 된다는 건 아냐. 그러면 장사꾼에 불과해. 화가라면 어머니를 구빈원에 가게 할 거야."

『인간의 굴레에서』1, p.408.

계속해서 고민하던 필립이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 프아네 선생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 주고 그로부터 받는 충고.

"가진 돈이 얼마 없다고 했나?...[먹고 살기에도 힘들다는 필립의 얘기를 듣고] 세상에서 가장 굴욕스러운 일은 말이지, 먹고 사는 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야. 난 돈을 멸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멸감밖에 들지 않네. 그런 자들은 위선자가 아니면 바보야. 돈이란 제 육감과 같아. 그게 없이는 다른 오감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지. 적정한 수입이 없으면 인생의 가능성 가운데 절반은 막혀버리네. 딱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한푼 벌면 한푼 이상 쓰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예술가에겐 가난이 제일 좋은 채찍이 된다는 말들을 하잖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가난의 쓰라림을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그래.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천하게 만드는지 몰라. 사람을 끝없이 비굴하게 만드네...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 ㅣ 는 정도,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고, 너그럽고 솔직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을 정도는 있어야지. 나는 말이지,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예술하는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을 자기 예술에만 의존한다면 그런 사람을 정말 가련하게 보네...자네에겐 손재주가 어느 정도 있네. 끈기 있게 노력하면 꼼꼼하면서도 쓸 만한 화가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자네보다 못한 화가들도 수백 명이 되고, 자네 정도 그리는 화가들도 수백은 되네. 자네가 내게 보여준 그림들에는 재능은 없네. 열성과 지성은 있어. 자넨 보통 이상의 화가는 되지 못할 거야...자네가 내 충고를 바란다면 말일세, 이렇게 말하고 싶네. 용기를 내어 딴 일에 운을 걸어보라고 말일세.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겠네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이거네. 내가 자네 나이 때 누가 내게 그런 충고를 해주었다면, 그리고 내가 그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정말 얼마나 좋았을까 싶네...때가 너무 늦은 뒤에 자신의 범용을 발견한다는 건 끔찍한 ㅣ 일이야. 그렇다고 인격 수양이 되는 것도 아니고." 

상동, 41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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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날 옛날 집에 내버려 두었던 책을 휘경동 집으로 옮겼다. 근 400권이 되는 책인데, 바인더로 묶고 옮기면서 드는 생각은, 언제나 책을 옮길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무겁다는 것이다. 세월에 따라 흘러가버리는 실용적인 책들은 폐기하고 남는 것은 철학, 문학, 과학 류의 책들이다. 많지는 않지만 손대기엔 이젠 겁나는 그런 책들을 옮기며 드는 느낌은 떨어져 나갔던 분신들을 끌어앉는 기분이었다. 마치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말처럼, 잊었던 첫사랑을 다시 찾는 심정이랄까,,

저녁 늦게까지 가져온 책들은 계단에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10권짜리 루트리지 철학사전만 방으로 옮겼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루트리지의 파스칼 항목을 찾아 개요를 읽었다. 한때 얀센이즘에 심취했다가 탈퇴한 파스칼이 말년에 기독교와 화해하기 위해 지은 것이 '빵세'란다. 기독교 신앙을 믿음의 차원이 아니라 이성의 차원에서 정당화하는 것이 쉰살의 파스칼에게 던져진 화두였다. 20대부터 과학과 수학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파스칼에게 기독교에 대한 접근에도 과학적 발상이 동원되었다. 이른바 확률적으로도 신에 대한 긍정이 부정보다 유력할 뿐만 아니라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근거를 줄기차게 제기하는 것이다. 비록 미완성의 편린으로 남은 작품이긴 하지만,,

한창 사전을 읽고 있는데 닭에게 전화가 왔다. 지방선거 연설회가 있는데 알바를 하자는 것이다. 별로 내키지 않고, 가만히 방에서 쉬고 싶었지만, 그런 유세를 가본 적이 없어 호기심반 집을 나섰다. 닭과 땅, 나, 그리고 백수 하나가 한나랑당의 광역 의원 후보 연설에 동원되었다. 역시 대부분의 청중은 우리처럼 동원된 사람들이었다. 거기서 우연찮게 동문 법학과 사람을 보게 됐다. 한 학기 동안 같이 철학 전공수업을 들었는데 같은 토론조에 있던 1년 후배였다.  그는 후보 연설회에 수화로 연단에 나서 있었다. 뻔한고 속보이는 말만 되풀이 하는 한나라당 후보 보다 그의 수화를 보면서 이런 자리에 있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당연히 아는체 할 수도 없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말없이 손끝 하나 하나 마다 힘을 주어 동작을 하는 그의 수화와 돈으로 동원되어 구호를 외치는 청중들과는 왜 그리도 대조되는지,,썩은 잔치판의 한모금 생수였다.

*지금 고백하자면, 그때 동원되어 돈은 받지 않았다. 당원이었던 친구의 이모가 베풀어준 점심 한끼로 끝났다. 먹은건 먹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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