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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2 젊은 예술가의 안착
  2. 2010.05.01 80년대 독자
  3. 2010.04.28 오리와 독수리
  4. 2010.04.26 알프레도 히치콕의 『싸이코』(1960)
  5. 2010.04.26 사랑이 죄인가

젊은 예술가의 안착

책들 Bücher 2010. 5. 2. 15:1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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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에서』를 다 읽었다. 증권투자로 돈을 날려 의학공부를 접은 채 노숙하며 전전하던 필립은 애설니의 도움으로 어렵게 의류 상회에 취직한다. 이후 블랙스터블에 있던 백부의 죽음으로 유산을 상속받아 7년간의 의학공부를 마치고 면허를 딴 뒤, 선의(船醫)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꿈을 꾸던 필립은 애설니의 장녀 샐리와 뜻밖의 운명에 놓이게 된다. 애설니 가족과 필립이 켄트지방에서 홉을 따는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의 후반부는 귀농을 그리는 아름다운 한 편의 전원소설이다. 몇 개의 문장이 이 소설의 전반적 주제를 암시해 줄 것이다. 그것은 원래 의미가 없는 삶에 의미의 굴레를 씌워 집착하지 말고 양탄자를 짜듯 무의미한 세계에 자신의 실날로 즐겁게 자신만의 무늬를 짜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예술가의 구도적 집념과 일상인의 현실인식이 격렬히 충돌하는 모습이 아주 심각하지 않게는 보여지지만, 작가는 현실의 건전한 상식에 대한 긍정으로 끝맺음한다.   

"크론쇼가 언젠가, 공상의 힘으로 시공의 두 영역을 영유하는 사람에게는 삶의 사실들이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굴레에서』2, 496면.

"행복에 굴복하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일지 몰랐지만 그것은 수많은 승리 보다 더 나은 패배였다."

상동, 5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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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독자

단상 Vorstelltung 2010. 5. 1. 06:4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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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직장에서 책 벼룩시장이 있었는데, 가격은 정가의 10%였습니다. 리프킨의 『엔트로피와 수운의 『동경대전을 구입했는데, 『엔트로피의 정가는 2,800원 이더군요. 이 정도 가격은 80년대 초반의 가격대인데, 과연 출판년도를 보니 83년이군요. 세월에 바랜 누런 책장을 보니 마치 독자도 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 듭니다. 에니어그램은 반복해서 할 때마다 조금식 변화하는 부분이 있어 흥미롭다고 하더군요. 변하고 싶지 않지만 변하는 부분도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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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와 독수리

경영 Management 2010. 4. 28. 22:4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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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분위기가 안좋다. 저온현상과 잦은 비로 인한 날씨 탓도 있겠지만, 어느 면에서 이런 짓궂은 날씨가 결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안이한 대응이 불러일으킨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풍랑 주의보가 경보로 바뀌더라도, 높은 파고를 구경만 해서도 안되고 섣불리 맞서 좌초를 무릅쓸 필요도 없지만,  이런 파고를 이용할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이 필요한 시점같다.    

"직원들이 고객의 요구에 따르는 에너지를 쏟지 않고 상관의 비위를 맞추거나 그의 지시에 따르기에만 급급하게 되면 그때부터 조직의 에너지는 상층부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관료주의가 득세하고 온갖 정책과 절차의 남발로 업무의 흐름이 막히게 되지요...우리들중 상당수는 오리처럼 행동하지요. 반대로 독수리는 진취적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을 날아다닙니다. 고객들은 회사가 규칙만 따지며 돌아다니는 오리들만 있는지를 금방 눈치 챕니다. 그런 곳에서 불만 사항을 지적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오지요. '우리 회사의 정책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꽥꽥! 저는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꽥꽥! 저도 여기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꽥꽥! 다른 데에 가서 물어보시겠습니까? 꽥꽥!"

-켄 블랜차드 외,『1분 경영수업』 중에서

활발한 복음주의적 경영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나올 만한 발상이다. 미국식 경영문화의 복사판인 한국에서도 쉽게 이식될 수 있고 공감할 부분도 있는 메시지지만 그 폐해는 다른 영역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채 하루 3천만원의 벌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교조 명단을 개인 홈피에 공시하는 한나라 조전혁의원의 경우나 온갖 반대와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의 경우는 비즈니스 프랜들리한  정권의 스타일을 대변한다. 불필요한 규제와 정당한 정책을 구별하는 판단력이 먼저 아니겠는가.  

"피고용인에 대한 심사와 비판과 측정만 강조하는 리더십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효과적인 리더십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향과 동기를 제공하고 그들을 올바르게 대접하는 것이다. 모두가 A를 받게 하는 성과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을 자극하여 고객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름길이다."

"짐승을 쫓느라 정신없는 사냥개는 자기 몸에 얼마나 많은 벼룩들이 기생하는지 모른다."

"사업에서든 가정에서든 삶의 균형을 잃고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서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무분별한 성장만을 추진하기 보다는 건실하게 사업 전략을 세워 끈기있게 실행하라."

"기업공개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사업부문에 진출하기 위해 여분의 자본이 필요한 회사에는 좋은 선택이나 개인 서비스 사업체에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괜찮은 조언이란 아무에게도 조언을 구하지 않는 것이다. 조언을 구하는 순간 내 행동은 누군가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충고는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정보를 얻을 기회가 확보되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과거의 방식만 일삼는 생기없는 조직이 되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

"직원들의 사고에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으려면 그들에게 회사의 경영과 비전에 대한 정보들을 충실히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회사의 수익과 손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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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도 히치콕의 『싸이코』(1960)

영화 Film 2010. 4. 26. 22:5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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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란 말은 "싸이코패스"라는 무시무시한 말과는 달리, 웬지 남의 경청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거나 우스운 행동과 도착적 행위를 남발하는 사람한테 붙는 애칭같은 느낌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영화의 종반부 클라이막스(좌측의 포스트에 이어지는 장면)는 이런 의미의 싸이코란 말을 완전히 뒤집는다.
들뢰즈가 이 영화의 주제에 관해 평했다면 뭐라 했을까?  정신분열이라는 병리현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런 영화에 대해 아마 프로이트의 남근숭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화라고 평하지 않았을까. 아버지에게 주늑든 아들은 끊임없이 엄마와 내밀한 관계를 가지려 한다. 외디푸스 콤플렉스는 서양 문화의 본질이면서도 가장 극적인 사기라고 들뢰즈는 주장할 것이다. 그것이 극적인 것은, 얼키고 섞인 복잡다단한 병리현상을 한판 뒤집고 통쾌하게 설명하는 이론으로 군림했다는 것이다. 오래된 영화답지 않게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지만, 프로이트의 음흉한 시선으로도 고전미를 발산하는 영화다.  지난 토요일(4/24), EBS 세계의 명화에서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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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죄인가

문학 Literatur 2010. 4. 26. 22:3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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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으로 사랑을 받쳤지만 상처만 주고 떠나버린 밀드레드를 잊고 새로운 다정한 연인 노바와 행복히 지내던 필립은 버림받고 돌아온 밀드레드 앞에서 다시 무너진다. 사랑은 죄는 아니지만 사람을 죄인으로 만든다.

"노라와 행복해지고 싶기보다 밀드레드와 불행해 지고 싶은 것이다...소파 위에 파란 표지의 조그만 책 한 권이 펼쳐진 채 엎어져 있었다. 필립은 무심코 그 책을 집어들었다. 싸구려 대중소설로 작가는 코트니 페지트였다. 노라가 필명으로 쓰는 이름이었다. "이 사람 책 너무 맘에 들어요" 밀드레드가 말했다. "이 사람이 쓴 건 다 읽었어요. 아주 세련된 작품이라구요" 언젠가 노라가 자기 글을 두고 한 말이 생각났다. " 내책은 하녀들이 엄청나게 좋아해요. 내 작품을 아주 고상하게 보나봐요.""

『인간의 굴레에서』2(민음사, 2008, 1판20쇄), p.54, 60.

밀드레드에게 이미 마음이 넘어가고 노바에게서 마음이 멀어져 가지만 그래도 노바에게 동정-동병상련의-이 남아있던 필립에게 다중연애의 달인인 동료 그리피스가 충고해 준다. 그러나 필립의 소개로 만난 그리피스와 밀드레드는 서로의 관능에 끌려 연인이 되고 만다.  

"이 사람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군가는 괴로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이를 악물고 참어. 한 가지는 분명하니까. 오래 가지는 않을 거야...ㅣ괴로움을 주는 게 그렇게 마음에 걸린다면, 그 여자에게 다시 돌아가는 수 밖에...편지를 쓰게. 다 끝났다고 말하는 거야. 그 점에 오해 없도록 분명히 해두어야 해. 상처를 받겠지. 하지만 이런 때는 어정쩡하게 처신하기보다는 매정하게 처리해 버리는 편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덜 주는 법이야" 

상동, 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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