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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803건

  1. 2011.06.16 한류 열병 2
  2. 2011.06.13 고공의 질서
  3. 2011.06.12 대학은 왜 가는가
  4. 2011.06.09 흔한 구인공고 카피 하나 4
  5. 2011.06.07 패러디 :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의 굴절

한류 열병

문학 Literatur 2011. 6. 16. 18: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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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은 한반도가 세계의 하수구라고 했다. 세계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의 찌꺼기들이 집약된 곳이라는 말이다. 십대를 상품화시켜 화려한 눈요기로 세계의 무대에 진출시키는 열광에 일말의 부끄러움은 없다.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답게 문화를 수출한다고 자부한다. 열정 보다는 열병의 수출이다.  

어제는 휴가를 내서 집에서 쉬다가 도서관에 갔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 오웰의 『1984년』앞부분을 다시 보았다. 역시 이 책의 서두 부분은 암울하다. 마치 숙취를 안고 기능이 마비된 미래의 도시에 떨어진 느낌을 들게 한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1949)을 빌려 나왔다. 유진 오닐의 『밤의로의 긴 여로』이후 희곡의 매력에 다시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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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의 질서

문학 Literatur 2011. 6. 13. 16:0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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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의 사촌인 벨레로폰의 계속되는 이야기 속에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구절.

"나는 목소리들로 가득 차 있어. 모두 내 목소리인데, 어느 것도 내가 아냐. 말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예전처럼 확실하게 단언할 수가 없어. 모호해지거나 어려워지는 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냐. 나는 영감을 주지는 못해도 적어도 즐겁게는 해 주고 싶었어. 하지만 사람들은 광기에 덧씌워진 질서에 대한 환상을 가졌다고나 할까. 때때로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내려다보면 미로 같은 늪 길도 구도가 분명해 보여. 물이 어떻게 흐르고 왜 흐르는지, 그리고 어떤 짐을 지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지. 하지만 지상으로 내려와 늪 사이로 들어가면 수렁에 처박히게 돼."
 
존 바스, 『키메라』, <벨레로포니아드> 2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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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왜 가는가

단상 Vorstelltung 2011. 6. 12. 17:0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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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홍천에서 단오행사 일정을 마치고 동료들과 읍내 식당에 뒷풀이 갔다가 10일자 조선의 칼럼을 봤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글인데, 강천석이 지목하는 이 논란의 요인은 한국 청년들의 대학진학률이 일본같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왜 한국에서 대학진학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원인규명은 없고, 너도 나도 대학을 가는 현실이 등록금 앙등을 초래했다는 식의 논조는 역시 좃선스럽다. 한국에서 '대학'은 인간대접과 품위유지를 위한 면허증과 같다.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했느냐 보다는 대학을 나온 것 자체, 무엇보다 어느 대학을 나온 것 자체가 중요하다. 누가 이렇게 만든건가. 교육열인가. 단지 교육열이 아니다. 자식이 대학 졸업장을 발부받아 사회에서 유력한 지위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하려는 만인의 욕구가 비대해진 교육사업을 지탱하고 있다. 

조선 칼럼 참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10/2011061002160.html  

다음은 비슷한 주제에 관한 나의 예전 글이다.

"초등학교처럼, 중학교 고등학교도 다채로운 심성학습과 더불어 토론식의 자유로운 수업방식을 채택한다면 어떨까. 물론 이런 탈바꿈을 위한 전제는 입시제도의 전면적 개혁이다. 입시제도의 개혁없이는 학교는 졸업장만 발부하는 인증기관이란 기능과 친구들을 사귀기 위한 만남의 장소(고속도로도 아닌데..) 외에 아무것도 아닌 인간 황폐화의 현장일 뿐이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개혁을 위한 대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대학을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88만원 세대가 보여주는 것은 취업을 위해 대학을 간다는 것이 더이상 의미없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더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각종 사회단체는 신규채용과 인사고과에서 학력조항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불필요하게 증가한 대학들이 무더기로 문을 닫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며 대학을 나와야만 사람대접 받는다는 인식의 관성을 깨기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가 필요하다. 

대학은 정말 필요한 사람만 가게 되고,  그 시기도 인생의 특정시기가 아니라 소년에서 노인까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도 대학을 활용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은 개인부담을 최소화 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수 없을까. 교도소에서도 수감자 교육을 강화시키는데, 납세의 의무까지 지는 시민에게 대학교육 현장을 개방하는 것이 과연 어려운 일일까? 지옥으로 된 이 땅이 연옥으로 될 한 방안은, 대학이 자유인을 양성한다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는 것이다."("주장" 카테고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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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구인공고 카피 하나

단상 Vorstelltung 2011. 6. 9. 09:0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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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식당이나 공장에서 즐겨 붙이는 구인광고 문구에 이런게 있다.
"가족같이 일할 분"

뭐, 의도가 이해는 가지만 오늘 아침엔 어제 마시 술로 인한 숙취 때문인지, 이 문구가 그리 달갑지 않았다. '가족같이' 라면, 급여도 안주고 부려 먹겠다는 건지, 새로운 자식이나 배우자를 구한다는 건지...

존 바스의 책은 어제 도서관에 못가서 일단 가지고 다니면서 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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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바스의 『키메라』(1972)를 절반 못미쳐 읽고 있는데, 너무 지루해서 내일 반납할지도 모르겠다. 웬만한 소설이라도 별 흥미가 없어도 완주하는데, 이야기꾼은 저혼자 신화를 비틀어대며 주절거리기에 여념없고 독자에게 글자는 맺히지 않고 흘러가 버린다. 천일야화를 바탕으로 한 첫번째 노벨라 '두니자디아드'는 그래도 읽을 만 한데, 페르세우스를 다루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메타 이야기인 두번째 노벨라 '페르세이드'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 소설가이자 이론가의 면모를 물씬 보여주는 작품인데(노먼 메일러가 『밤의 군대들』이라는 악전고투의 경험에 바탕한 소설로 힘겹게 획득한 67년 전미도서상을 바스는 이 책으로 수상했다), 아무래도 나한테는 이런 방식, 그러니까 이론화를 위한 좋은 미끼같은 지독한 실험적 형식이자 상상력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소설 보다는 좀 더 리얼리티에 근접한 소설이 취향에 맞는듯 하다. 바스같은 작가에게 리얼리즘이란 한물 가고 구태의연한 양식이겠지만서도, 웬지 상상 속에서만 분탕질을 하는 작가가 괴기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텍스트 : 『키메라』이운경 역(민음사, 2010, 1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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