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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2부의 첫 권인 5권을 읽고 독서가 멈췄다. 미납도서 때문에 3~4일간 대출중지에 걸린 것인데, 이 정도 시간이면 1권을 볼 수 있는 시간인데, 마치 장곡의 고전음악 사이에 있는 인터미션 처럼 잠시 휴식시간이 생긴 셈이다. 2부의 이야기는 평사리의 최참판댁 서희와 이 댁과 관련될 수 밖에 없는 주변 인물들이 윤보의 주도로 간도로 넘어가 살아가는 생활을 보여준다. 고향 땅을 등진 이들이, 회령에서 하룻길 걸리는 용정이란 청국 땅에서 삶을 이어가는 억척스러움이 새삼 아주 먼 시절의 얘기로만은 보이지 않는다. 그 시절 농사꾼은 어디에 던져 놓아도, 붙일 땅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었다. 두 아낙을 거느린 용이는 다시 간도에서 국밥집을 내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월선에 기댈 수 없는, 가장의 책임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랬다면 그는 다시 권태로운 삶을 이어갈 폐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붙여 먹을 땅, 이것은 농사꾼의 최후 생존 조건인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빌미로 어제 또 터키와 FTA를 체결했단다. 당장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수출 효과를 들먹거리지만, 농사꾼의 생존조건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현실은 모르쇠다. 이러다가 농사꾼은 해외로 나가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저 서희 일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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