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느릿하고 애잔한 일상의 연애감정을 다루는 서술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적 분위기를 풍긴다. 아쿠타가와가 다양한 분야의 소설 장르를 다룰 수 있음을 예시해 준다.
묘한 이야기
빨간 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본이 1차 대전 때 지중해까지 함대를 보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군국주의적 에너지가 팽창하던 시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유럽에 출전할 정도이니 조선 정도는 강건너 속국 정도로 간단히 처리된다. 항로의 발견이 가져온 결과는 20세기 초반까지는 대규모 인적 수송 및 물류, 군수의 운송에 이르며 현재의 시점에서도 해운 물류의 중요성은 엄존한다. 해상운송의 이 황금기에 빨간 모자는 어쩌면 항만과 철도역을 오고가는 괴상한 기질의 배달꾼인지도 모른다.
버려진 아이
이 작품은 깊은 인간적 울림을 일으키는 점에서 이청준의 단편을 연상시킨다. 종잡을 수 없는 작품세계의 구사다. 참고로 버려진 아이의 이름은 작가와 유사한 유노스케. 아사쿠사의 신행사 주지의 설법을 설교로 번역한 것이 특이하다.
남경의 그리스도
남경의 효녀에게만 혼혈 외국인이 그리스도였을까? 일본인 여행객에게는 매독에 걸린 그리스도일 뿐이었다.
덤불 속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의 주요 이야기 그대로다. 글을 읽고 있는지 영화를 보고 있는지 혼동될 만큼 영화는 그대로 이 원작을 베껴오는데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독창성은 아쿠타가와의 두 단편을 하나로 결합시키고 그 틈새에 새로운 이야기를 끼워 넣은데 있는데, 가만 보면 이 새로운 이야기라는 것도, 비록 내용은 다르지만 역시 아쿠타가와의 <버려진 아이>를 모티브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도미의 정조
메이지 유신 원년, 구체제의 막부세력에 대한 신정부의 우에노 총공세 전, 저격범 정도의 역할로 참여한건지, 아니면 구체제 세력의 하나로 권총자살을 하기 위해 민가로 숨어들간건지 불분명한 거지 행색의 무사 귀족 신공의 하루밤 이야기. 결국 무라카미 신자부로 미나모토 시게미쓰라고 자신을 밝힌 이 자는 체제를 갈아타는데 성공.
인사
우연한 만남에 한번 인사를 하고 또 다시 하지 않은 서운한 심정을 그린다.
흙 한 덩어리
고부간의 갈등은 땅을 놓고 펼쳐진다. 재혼을 거부하며 유산이면서도 구속인 땅에 메여 사는 과부 며느리는 결국 시어머니에게 "어머니, 일하는게 싫어졌으면 죽는 수 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편하게 살다 죽기를 바라지 말라는 며느리의 호통에 시어미는 아연실색. 땅을 붙여 먹고 사는 농경문화의 극단화된 사례일텐데, 어떻게 하면 편하게 살 수 있을까 궁리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시어머니가 대변한다.
세 개의 창
전쟁문학의 맹아같은 세 개의 장면이 펼쳐진다. 러일전쟁에서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기도 했지만 고통스러운 패전도 겪었던 2만톤급 일등전함 XX는 조선의 진해만을 기지처럼 이용하며 조선기사의 정비를 받기도 한다. 이후 쥐문제를 겪었던 요코스카 군항의 도크에서 운명한다. 역사적 소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를 빗겨가는 소설전개 방식은 <오도미의 정조>와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