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시위대와 이민자의 시련

책들 Bücher 2011. 3. 20. 08:4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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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러의 『밤의 군대들』을 읽었다. 다음 구절은 다소 애국주의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정치적 투쟁의 불가피성 내지 통과의례적 성격을 교훈적으로 보여준다. 시련을 피하지 않은 자에게 새벽녘 잠시 찾아오는 달콤한 신비는 혹한 속에 피어나는 한 줄기 불꽃이다.

"처음부터 이 나라는 시련의 의식으로 세운 나라가 아니었던가! 이 의식을 겪지 않고 이 나라에 발을 붙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더럽고, 두렵고, 소란스러운 조타실 옆에서 여드레 동안(그 보다 더 길든 더 짧든!) 바다를 항해하여 찾아왔다 해도(노예 선에서 팔십 일간을 신음했다 할지라도) 미국의 위대한 후예들은 자신들의 의식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앨러게니 산맥과 애디론댁 산맥의 숲 속에서, 포지 계곡에서, 1812년 뉴올리언스에서, 로저스와 클라크와 함께 수터스밀에서, 게티스버그에서, 알라모에서, 클론다이크, 아르곤, 노르망디, 부산에서. 펜타곤에서의 싸움도 바로 이런 것들 다음에 오는 창백한 시련의 의식이었으며 진실한 것이었다. 죽고 메마르고 버르장머리 없는 중산층 아이들에게 불어 닥친 시련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도덕적 선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격을 감행했고 선서를 지켰다. 미국은 옳고, 미국은 강하고, 미국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싸우는 믿음의 나라라는 ㅣ 원칙을 상징하는 최고의 권위 앞에서. 그러므로 마약에 탐닉하고 속어의 엉망진창을 헤매던 이 물렁물렁한 아이들에게 그 밤은 시련의 의식이었다. 아이들은 그 밤을 견뎌 냈다. 기쁨 속에서 막이 오른 그 칠흑같이 어두운 밤, 공포에 질려 텅 비고 무감동한 시간 속으로 질질 끌려 가면서, 빛의 섬광을 외롭게 바라 보면서 시련의 의식을 겪고 도덕적 사다리를 오른 것이다. 시련을 겪고 난 아침, 이들은 전날 밤과는 전혀 달라졌으리라. 이것이 시련의 의식에 숨은 뜻이다. 배가 난파되고 온갖 유혹이 난무한 항해를 거치고 나면 어느 지하 세계에서 삶 속으로 들어왔던 죄악(태어날 때 물려받은 죄악)은 도망치고 떠나가고 단념한다. 몸속 어딘가가 재생된 듯싶고 기분이 훨씬 낫다. 영혼의 어느 부분이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달콤한 감촉의 작은 미립자로 재생됐다. 이들이 알링턴 기념교 위를 행군할 때, 가장 수줍고 비틀어진 사람들이 두려움밖에는 느낄 수 없었던 펜타곤까지 행진해 전쟁 수행자들의 땅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밤의 군대들』, 415-4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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