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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Beschreibung'에 해당되는 글 30건

  1. 2021.05.01 간선 포설
  2. 2021.04.25 등기구 사전 작업
  3. 2021.02.12 4 3
  4. 2021.02.11 3
  5. 2021.02.10 2

간선 포설

서술 Beschreibung 2021. 5. 1. 09:2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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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앙카와 찬넬과 같은 지지대가 설치되고 여기에 걸쳐지는 트레이가 고정되면 입선작업 준비가 완료됨에 따라 포설팀이 투입된다. 하지만 4SQ와 6SQ와 같은 얇은 전선으로 부분적으로 전선을 치는 작업을 우리 팀에서 요즘 하고 있다. 마키 파이프라고 불리는 입선용 돌파 막대기를 트레이에 쑤셔 넣는 것으로 전선을 끌어 당기는데, 각종 배관과 구조물이 설치된 천장 공간은 경우에 따라 작업에 용이하지만 너무도 협소해서 기어 다니면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방진복을 입은 상태에서 첫째날은 높이가 500도 되지 않는 곳에서  누워서 선을 끌어당기고 타이를 치는 작업을 해야 했다. 누운 상태라 잠시 쉴 수 있는 것도 좋지만 3시간 내내 꼼짝 못하고 그 상태로 있는 것은 고문과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감시의 눈길이 작동중이기도 하거니와 위험한 높이에서 일하는 것이므로 안전에도 유의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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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구 사전 작업

서술 Beschreibung 2021. 4. 25. 14:0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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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를 하는 팀에 왔지만 정작 P2 현장은 마감단계라 펀치라고 불리는 트레이 보정작업을 위주로 작업을 하던 중 요 며칠은 화장실 등기구 공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전선을 만지는 일을 하는가 했는데 역시 암초가 있었다. 사내화 구역에 들어서는 화장실인데, 천장은 석고가 아니라 이중 강판 사이에 알루미늄 보강재가 채워진 것이라 타공하는 작업이 고난도였다. 지름이 무려 200에 달하는 홀쏘는 무게만 족히 10kg는 나갈 정도라 드릴까지 합쳐 20kg에 달하는 공구로 천장을 뚫는 일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판을 긁어내면서 나오는 쇠가루 파편이 마치 비처럼 작업자들에게 쏟아졌다. 2명이 16개의 구멍을 뚫는데만 이틀이 소요될 정도다. 전기일이 그나마 신사적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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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Beschreibung 2021. 2. 12. 04:0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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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대학원에 다니는 것은 1, 2학기에 해당하는 1년이었고, 나머지 3,4학기는 논문준비 때문에 굳이 학교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수업시간이 없는 만큼 논문준비에 매진해야 하지만, 나는 어떤 사정 때문에(지금 생각하면 이건 핑계같다) 논문을 완성 못하고 수료만 한 채 공부 외의 길을 찾아 나섰다. 공부의 길을 벗어나면서도 메일로 장선생님과 소통하면서 진로에 관해 이런저런 조언을 구했었는데, 이후 내가 제약회사에 입사하자 메일상으로 아주 기뻐하시던 선생님의 문구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직장은 얼마 다니지 않고 그만둔 후, 이런저런 일을 거친 후 나는 장기간 다닐 직장에 입사하게 됐고, 입사 후 며칠 후 어떻게 동문들과 자리가 마련되어 선생님과 신촌에서 축배의 맥주를 마셨다. 

 

직장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7년 근무 후 생기는 안식월이라는 1개월 유급휴가를 나는 미완의 석사논문을 완전히 다른 주제로 다시 쓰는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칸트를 열심히 읽었고 관련 논문들도 여기저기서 찾아 봤다. 그리고 아마도 어느때 보다 빈번히 논문에 관해 장선생님과 메일로 소통하면서 2009년 여름에 나는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춘천에서 뵈었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 완역 출간 이후 한창 루만의 <사회의 사회>를 번역하시던 시기였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드시며 루만의 사회이론을 아주 흥미로운 표정으로 설명해 주셨다. 이후 나는 논문을 어느 정도 진척시켜 나갔지만, 잡혀진 일정 대로 논문을 완성시켜 나가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고, 이런 어려움과 향후 진로에 관한 메일 이후 더이상 소통이 없게 됐다. 

 

이후 힘든 수술을 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나는 선뜻 연락할 생각은 접어둔 채 선생님이 내놓으신 번역물을 읽어 나갔다. 나는 그때 몇몇 매체에 서평을 게재하는 일이 이따금 있었는데 이때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하버마스와 독자가 나누는 가상의 대화 형식으로 3회에 걸쳐 다룬 적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루만의 <사회의 사회>를 읽으면서 이런 완벽한 번역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고가 투여됐을지 가늠이 안된다. 빗나가고 잃어버린 소통은 가상의 대화로나 복원시킬 수 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다시 빌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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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Beschreibung 2021. 2. 11. 02:2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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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졸업 후 토요일마다 양선생님의 세미나팀에 참석하면서 주중엔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나에게 한번은 양선생님이 뭐하러 그런 시험준비를 하냐고 하면서 오히려 장선생님한테 가서 석사과정을 마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하셨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른 학교로 옮기는 일은 오래 전부터 작정한 일이라 나는 쉽게 마음을 바꾸지 못했지만, 다시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학교에 일단 시험은 보되, 만약에 떨어지면 그 학교에 재수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장선생님을 찾아 갔다. 이때 어떤 상담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면접시험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전에 내 의도를 밝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분명한 것은, 장선생님은 나를 기꺼이 지도학생으로 받아줄 수 있다는 용의였다. 

 

결국 나는 가려고 했던 학교의 대학원 시험에 탈락하고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 면접시험을 봤다. 이때 면접 자리에 있던 철학과 교수님들은 뭐하러 여기에 다시 왔냐고 타박하진 않고 잘해 보라는 덕담을 주는 정도였다. 이때 한 교수님이 이런 취지의 조언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대학원에서 공부는 학생이 교수 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아무튼 면접은 통과했고 대학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코스웍에 들어가기 전, 장선생님의 지도학생으로 등록한 나와 두 명의 대학원생이 첫 학기에 읽을 텍스트에 관해 상의하기 위해 장선생님을 만났다.

 

사전에 나는 환경철학에 관한 세미나가 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다소 실망스러웠다. 당시에나 지금에나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나 나는 좀더 전통적인 텍스트를 접해보고 싶었다. 이때 선생님은 우리에게 자신의 철학적 주제의식을 밝히면서 왜 환경철학을 이번 학기에 해야하는지 설명을 하면서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제시해 보라고 했다. 사실 대학원에서 수업의 주제에 관해 사전에 학생과 교수가 협의하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좀더 강하게 우리의 의견을 모아서 설득력있게 제시했다면 수업의 주제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생님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고, 동양철학을 하는 대학원생과 함께 4명이 장선생님의 지도 아래 환경철학에 관한 텍스트를 분담 발제하고 토의하는 수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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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Beschreibung 2021. 2. 10. 00:5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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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때까지 나는 양선생님에 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였고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비슷했을 것이다. 이 수업에는 30명 정도가 들어왔고 이 중에는 다른 과 학생들도 꽤 있었는데, 아무래도 당시로서는 사회철학이 운동권 학생들의 관심과목이었던 사정도 있었다. 비록 3시간 통강으로 묶여진 첫 수업 후 빠져나간 학생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양선생님의 엄청난 학식과 명료한 강의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이 수업에서도 평가를 위해 중간, 기말고사 시험 따위는 없었고 여러가지 텍스트를 놓고 공동과제물 1건과 개인과제물 2건을 제출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학원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는 두 분의 성향은 이런 점에서 일치하는 면모도 있었던 것이다. 

 

이후 몇 년이 지나는 사이에 나는 장선생님의 수업으로 역사철학과 주제중심철학을 듣고 학부 졸업논문 지도를 장선생님한테 받았다. 이때 나의 졸업논문 내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의 근거 텍스트는 당시 장선생님의 철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다뤄진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이었다. 학부생인 내가 직접 대학원 수업을 들은 것은 아니고 이 수업을 듣는 대학원 형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듣게 된 터였다. 이때 대학원에서는 한창 하버마스의 텍스트가 다뤄지고 있었고, 이에 관한 논문들이 생산되고 있는 시기였다. <계몽의 변증법>은 하버마스가 <의사소통행위론>이라는 저서에서 자신의 이론적 단초로 삼기 위해 비판적으로 다룬 텍스트다. 당시 양운덕 선생을 통해 이성 비판적인 프랑스 현대 철학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계몽의 변증법>을 읽으면서 이미 총체적 이성에 대한 비판이 비판이론 1세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은 동시에 우군을 만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의 졸업논문의 주요 구도는 이 비판이론 1시대의 아포리한 저작물을 푸코의 저작과 접목시키려는 시도였다. 

 

나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계몽의 변증법>을 온전히 원서로 읽겠다는 헛된 야망을 품고 논문 준비를 위해 장선생님의 연구실을 수 차례 찾아가야 했다. 갈 때 마다 나의 계획은 변경되었다. 글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문에 달려드는 것은 정말 암호문 해독과 다름 없었다. 원서로 읽으려던 계획은 결국 번역본으로 대체되었고, 나의 계획변경에 장선생님은 걱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결국 어떻게 논문은 작성해서 제출했고 이 논문에 관한 장선생님의 평가는 논문 자체의 설득력 없는 연결구조와 한정된 근거문헌에도 불구하고, 서문과 논문의 구도에는 긍정적 이었다. 

 

학부 졸업 시점을 전후로 나는 이 논문을 들고 양운덕 선생의 세미나 팀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다른 학교의 철학과 대학원에 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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