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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Literatur'에 해당되는 글 101건

  1. 2010.04.11 인생의 급박한 전환
  2. 2010.04.05 삶의 전환, 내면의 스파이
  3. 2010.04.04 작가와 일상인, 이들의 파티와 평범성
  4. 2010.04.03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
  5. 2010.04.03 망치든 문학

인생의 급박한 전환

문학 Literatur 2010. 4. 11. 16:0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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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사람[스트릭랜드와 캡틴 니콜스]은 마르세유에서 넉 달 가량을 같이 어울려 살았던 모양이다. 그 생활에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스릴 있는 사건이 터지는 모험적인 요소가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하루가 하룻밤 잠자리와 고통스러운 허기를 면할 음식을 얻는 일로 다 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달과 6펜스』, p.235.

"격세유전(隔世遺傳)으로 내려온 어떤 뿌리 깊은 본능이 이 방랑자[스트릭랜드]를 자꾸 충동질하여 그네의 조상이 역사의 저 희미한 여명기에 떠났던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때로 어떤 사람은 정말 신비스럽게도 바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 느껴지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그곳이 바로 그처럼 애타게 찾아 헤맸던 고향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그들이 죄다 태어날 때부터 낯익었던 풍경과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정착하고 만다. 마침내 그는 이곳[남태평양 타히티의 숲속]에서 휴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상동, p.254.

"다른 길의 삶에서 더욱 강렬한 의미를 발견하고, 반 시간의 숙고 끝에 출세가 보장된 길을 내동댕이치자면 아무래도 적지않은 인격이 필요했을 것이다. 게대가 그 갑작스러운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더더욱 큰 인격이 필요할 것이다...정말 아브라함[화자의 촉망받던 의대 동기생]이 인생을 망쳐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 ㅣ 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상동, p.25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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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전환, 내면의 스파이

문학 Literatur 2010. 4. 5. 23:1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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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찰스 스트릭랜드]가 권태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그 지겨운 인간 관계를 모두 끊어버리려고 화가가 되고자 결심했다면 이해할 만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야 흔히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내 느낌으로는 그의 경우는 그런 흔해 빠진 경우가 아니었다...그의 영혼 깊숙한 곳에 어떤 창조의 본능 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창조 본능은 그 동안 삶의 여러 정황 때문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치 암이 생체 조직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서 마침내 존재 모두를 정복하여 급기야는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까지 몰아간 것이 아니었을까...ㅣ 삶의 전환은 여러 모양을 취할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성난 격류로 돌을 산산조각내는 대격변처럼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마치 방울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돌이 닳듯이 천천히 올 수도 있다. 스트릭랜드의 경우는 그 전환이 광신자에게처럼 단숨에, 사도들에게처럼 광포하게 왔다고나 할까.

『달과 6펜스』, 74-75.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자신을 속이는 말이다. 그 말은 아무도 자신의 기벽을 모르리라 생각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또한 기껏해야 자기가 이웃의 지지를 받고 있 ㅣ 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과는 반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낼 뿐이다...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문명인의 가장 뿌리 깊은 본능일 것이다...하지만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정말 전혀 상관않는 사내가 여기 있었다. 그러니 인습 따위에 붙잡혀 있을 사내가 아니었다. 이 사내는 온몸에 기름을 바른 레슬링 선수처럼 도무지 붙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자는 도덕의 한계를 넘어선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상동, 75-76.

"나는, 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이] 적(敵)은 자신의 주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우리 안에서 잠들지 않고 늘 감시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집단을 이탈하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냉큼 달려들어 분쇄해 버리고 만다...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 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동,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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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스트릭랜드부인]는 연극 구경을 하듯 작가들을 바라보았으며, 이제 그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굳게 단힌 그들의 세계도 방문할 수 있게 되자 자신이 정말 더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들은 인생을 게임하듯 살았는데 그녀는 작가들에게는 그런 방식이 어울린다고 여겼지만, 자기는 거기에 맞춰 행동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작가들의 괴팍한 도덕관도 기이한 웃차림이며 터무니없는 논리나 역설처럼 그저 재미있게 여겨졌을 뿐 그녀의 신조에는 눈곱만치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달과 6펜스』, p.27.

"문명인이란 참으로 이상한 관습을 생각해 내어 짧은 인생을 이런 따분한 일에 낭비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파티를 보고 있자니, 여주인이 왜 굳이 힘들여 손님을 청하며, 손님들은 왜 굳이 힘들여 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두 열 멸이었다. 다들 무심하게 만나서 안도감을 느끼며 헤어진다. 이것은 물론 순전히 사교적인 모임이었다. 스트릭랜드 부부는 별 관심도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초대했으며, 그들은 초대를 수락했던 것이다. 왜? 부부만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면 따분하니까."

상동, p.32.

"수많은 부부들이 다 이런 식으로 산다[안온한 부모가 아이들을 훌륭히 키우고 늙어서 자식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생의 보람을 누리는 삶]. 이런 유형의 삶의 방식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런 삶은, 잔잔한 시냇물이 푸른 초원의 아름다운 나무 그늘 밑으로 굽이굽이 흘러가 이윽고 드넓은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그 바다는 너무 평온하고, 너무 조용하고, 너무 초연하여 불현듯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그런 삶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던 것은 그 무렵에도 강했던 내 타고난 기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나도 그런 삶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잘 정돈된 행복이 있었다. 하지만 내 혈기는 좀더 거친 삶의 방식을 원했다. 그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쁨에는 무엇인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았다. 내 마음속에는 더 모험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변화를, 그리고 미지의 세계가 주는 흥분을 체험할 수만 있다면 험한 암초와 무서운 여울도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상동,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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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자유로운 사람

문학 Literatur 2010. 4. 3. 18:4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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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초에 나는 이런 글을 쓰면서 서머셋 모옴을 의식중에 메모해 둔 것 같다.

"토요일 오후, 횡성과 둔내의 국도를 거쳐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해 동해에 갔다. 둔내로 넘어가는 횡재를 어두운 밤에 넘고 싶지 않았는데, 횡재를 올라갈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산속에서 선명하게 잡히는 배철수를 듣고 있었는데, 서머셋 모옴은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은 여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배철수 자신은 그런 사람이 못되 여행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밤길이 여행을 가는 길은 아니지만, 은근히 자랑으로 들렸다."

오늘, 모옴의 『달과 6펜스』를 읽기 시작했는데, 독창적인 소설형식이면서도 진중하면서도 매끄러운 서술이 돋보인다.  그의 작가론은 성공보다는 유희를 지향한다.  

"어떤 책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봐야 한철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다 책을 산 독자에게 그저 몇 시간의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또는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애를 썼으며, 얼마나 쓰라린 체험을 하였고,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아무도 모른다...구상에 고심한 책도 많다. 심지어는 평생의 노고를 바친 책들도 있다. 내가 여기에서 얻는 가르침은 작가란 글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ㅣ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에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셋 모옴,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 송무 역(민음사, 2008, 1판 31쇄), p.16-17.

이어지는 문장에서 모옴은 그 이유를 서술한다. 독창성이란게 얼마나 기만적인지 보여주는 구절이다.

"젊은 세대는 자신의 힘을 의식하고 소란을 떨면서, 이제 문을 노크하는 일 따위는 걷어치우고 함부로 들어와 우리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사방이 그들의 고함소리로 시끄럽다. 나이든 사람 가운데에는 젊은이들의 괴이한 짓을 흉내내면서 자기네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애써 믿으려는 이들이 있다...그들은 가버린 청춘의 꿈을 되살릴 수 있을까 하여 눈썹도 그려보고, 분도 발라보고, 화장도 덕지덕지 해보고, 흥겹게 떠들며 놀아보는 가련한 바람둥이 여자같다. 지혜로운 이들은 점잖게 자기들의 길을 간다. 그들의 그윽한 미소에는 너그러우면서도 차거운 비웃음이 깃들여 있다. 그들은 자기들 역시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소란스럽게, 그들처럼 경멸감을 가지고 안일에 빠져 있던 구세대를 짓밟아왔던 일을 기억한다. 또한 지금 용감하게 횃불을 들고 앞장선 이들도 결국은 자기들의 자리를 물려주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마지막 말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말하는 당사자에게는 잘못 새롭게 여겨지는 용감한 말도 알고 보면 그 이전에 똑같은 어조로 ㅣ 백 번도 더 되풀이되었던 말이다. 추는 항상 좌우로 흔들리고,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

상동, p.17-18.

그러므로 모옴에게 경탄할 만한 젊은 시인들(키츠, 워즈워스)의 열정도 따분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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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든 문학

문학 Literatur 2010. 4. 3. 13:1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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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를 다 읽었다. 역자의 해설까지 보고 한마디로 느낌을 말한다면 이 소설은 '롤리타'라는 실체없는 환영을 향한 퍼즐놀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말미에 있는 나보코프의 후기를 옮긴다.

"『롤리타』속에는 어떤 도덕적 이끌림이란 게 없다. 내게 픽션은 거칠게 말해 미학적 지복을 주는 한 존재한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 예술(호기심, 부드러움, 친절, 황홀함)이 기준이 되는 다른 상태들과 어떻게든, 어디서든 연결된다. 그런 책들은 흔치 않다. 그 나머지는 모두 일회적 쓰레기거나 소위 사상을 담은 문학이다. 그런 것은 거대한 회반죽으로 나오는 화제성 쓰레기들로 누군가가 망치를 들고 ㅣ 나타나 발자크나 고리키, 토마스 만에 금을 낼 때까지 조심스례 대대로 전해 내려온다."

『롤리타』, p.428-429.

"어느 나라나, 사회 계급 또는 저자에 관해 알기 위해서 소설을 읽는 것은 유치한 일이다."

상동, p.431.

『롤리타』는 외설시비로 1955년 파리에서 먼저 출판됐고, 미국에서는 1958년 뉴욕에서 출판됐다. 이 소설의 화자는 험버트이면서 나보코프이며, 험버트가 사살한 험버트의 동행범이자 극작가인 퀼티이기도 하다. 이런 영감은 스탠리 큐브릭에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This, I said to myself, was the end of the ingenious play staged for me by Quilty"

상동,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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