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작업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게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블로그에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은 마치 자유연상에 붓을 달아 화면에 뿌리는 듯한 가벼움이지만, 의식적으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시키는 일은 사뭇 다르다. 나는 노트북이 없어서 마을 도서관에 가면 두터운 대학노트에 글을 쓴다. 논문때문에 노트북을 살까 생각했었지만, 가지고 다니는 것도 일이다. 무엇보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퇴근 후에도 자판을 보며 글을 투사하는 것이 싫다. 물론 글은 아무래도 컴퓨터로 치는게 여러모로 효율적이지만, 자필로 쓰는 것은 마치 내 몸을 펜에 꾹 눌러서 써가는 느낌이 든다.
어제 도서관을 나오면서 어두워진 야트막한 산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들의 빛들이 마치 이 좁다란 동네를 커보이게 했다. 집에서 닭도리탕을 해놓았다고 해서 마트에 들러 막걸리 2통을 사갔다. 이상하게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술은 마시고 싶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