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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500년 이상 존속한 국가인 것은 새삼스럽다할 바 없으나 그 연대가 1392~1910년인 것을 보고 다른 느낌이 든다. 중세시대로부터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이어져온 왕국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중국은 그 사이 세 번의 왕조 변동이 있었고 일본은 전국시대를 거쳐 통일 후 에도 막부, 메이지 정권으로 이어졌다. 유럽과 근동은 이에 비할 바 없이 복잡한 변동을 거쳤다. 중국의 왕조 변천과 일본의 전국통일은 조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일본의 제국주의적 폭주에 조선은 첫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세계사의 급박한 전개는 500년 동안 유학을 숭상하며 사농공상의 질서로 평온히 흘러가기를 바랬던 조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조선과 마찬가지로 고려도 500년에 근접할 만큼 오래된 국가였던 점은 삼국시대의 붕괴로 더이상 요동 등지의 북방에 대한 영유권을 사대라는 형식으로 포기하면서 한족 계열의 중국 왕조로부터 침입을 받지 않은 것에 원인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고구려, 발해와 관련이 깊은 여진족을 오랑캐로 멸시하면서 병자호란을 겪어야 했다.
어떤 학자들은 조선은 당연히 일본보다 더 유교적인 국가인 것을 넘어 중극보다 더 그렇다고 보기도 한다. 중국을 사대하는 유교중심의 국가에서 한글이 창제되고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조선왕조가 현시대에 남겨준 유산이라고 할 만한 것은 동산같은 무덤들을 제외하면 한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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