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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7.26 생물의 숙명
  2. 2010.07.23 한국 농사의 대표 선수들
  3. 2010.07.15 무위의 농법 :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법 2

생물의 숙명

책들 Bücher 2010. 7. 26. 11:1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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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량은 작물의 노쇠과정에서 형성되므로 이 시기에는 그 작물이 가진 최고생산능력의 일부밖에 발휘될 수 없다. 말할 것도 없이 농업의 특징은 생물의 증식과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식물개체가 영양생장을 계속하는 한, 개체수의 증가는 없다. 자손을 남기기 위한 생식생장에 의해 개체수가 늘어난다. 생식생장은 어미개체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는 무한의 반복을 작물생산에서 이용하는 것이다. 화학비료는 개체의 영양생장량을 증가시키는 데 효과가 있지만, 개체의 죽음을 방지할 수는 없다. 어미개체의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은 자손의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며, 목적인 수확을 얻을 수 없는 모순이 있다. 이것이 생물생산의 특질이고 ㅣ 숙명이다."

쓰노 유킨도, 『소농 :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성삼경 옮김(녹색평론사, 2004, 2쇄), 24~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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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사의 대표 선수들

책들 Bücher 2010. 7. 23. 23:0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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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 이우성, 『참농부 : 더불어 사는 농부의 꿈』(흙살림연구소, 2004년 1판 1쇄)

여기에 나오는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음성의 최재명, 홍천의 연익흠, 아산의 정선섭, 당진의 정광영, 부안의 정경식, 괴산의 김용길, 보은의 이철희, 대구의 이영일, 울진의 강문필, 음성의 성기남, 김천의 김성순, 의성의 김영원, 해남의 박충길, 영동의 서순악.

관행농으로 피폐해진 농토를 생명의 땅으로 일군 이분들의 노고와 창의에 숙연한 느낌이 든다. 얼마전 읽은 가와구치의 자연농법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한국 농토의 특성상 퇴비의 사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신이 죽으면 소나무 아래에 묻어달라고 한 강문필 선생의 말처럼, 언젠가 수명을 마칠 우리의 몸을 미생물에게 돌려주는 것이 또다른 순환일 것이다. 서순악 선생의 인터뷰를 인용하고 글을 마친다. 더이상의 글은 쓸데없는 치장에 그칠듯 하다.   

"배추가 자랄 때면 배추흰나비가 날아와 알을 낳고 애벌레가 나와 잎을 뜯어먹습니다. 그때는 원수지간이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배추흰나비가 날아와 배추가 꽃을 피우게끔 수정을 시켜줍니다. 나비가 되어서는 한 몸이 되는 것이지요. 배추흰나비가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죽어 흙이 되고 물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니 나와 다른 사람은 한 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순환체계가 나를 유기농업을 하게 했지요."(177면)    

참고로 이 책에는 이들의 농사비법도 소개되어 있다. 이들에게 유기농업의 비법이나 기술은 자연주의적인 신념과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돈이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잔기술을 앞세우기 보다는 비전과 신념을 먼저 제시하려는 점에서 애플과 참농부들은 뭔가 통한다. 삼성과 대형 할인점에 이런 비전과 신념이 있는가? 천박한 상술로 무장된 돈벌이로 정신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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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 가와구치 요시카즈, 최성현 역『신비한 밭에 서서(들녁 2004, 초판 2쇄)

유기농법이라는 말은 널리 회자되고 있으나 자연농법이란 말은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나도 몇 번 이에 관해 생산자에게 들어본 적은 있으나 별로 가능성 없는 농법으로 봤던것 같다.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자연농법의 철학을 일구었다면, 가와구치 요시카즈는 실제 농사와 결합된 자연농법의 실제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 책의 내용은 사실 무위의 자연관을 표방하는 문학에 가깝고, 오직 장별로 수록된 충분한 사진들이  자연농법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지은이는 가업으로 농사를 물려 받았는데, 한때 젊은 시절에는 미술에 심취했었다. 관행농으로 농사를 짓다가 농약과 제초제의 폐해를 실감하고 농약과 제초제는 물론, 비료나 퇴비도 주지 않고, 밭을 갈지 않는 이른바 무경운 농법을 하면서 농토를 낙원으로 변모시켰다. 가와구치의 농사철학은 생명의 터전인 지표면에 최소한의 인위작용만을 가하고, 온 생명이 살아 갈 수 있게 내버려두라는 주의이다. 예를 들어, 논농사를 짓더라도, 농토에 자라는 잡초를 모두 제거할 것이 아니라, 벼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김을 매주고, 맨 김은 그대로 덮어둔다. 잡초를 제거하려고 뿌리를 뽑는 식으로 땅을 파헤치는 것을 가와구치는 지표면에 손상을 일으켜 생명의 활동에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지구의 피부에 상처를 입힌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10년간 땅을 갈지 않고 잡초는 그대로 베어 쌓아 놓기만 해도, 그 안의 농토는 온갖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살아있는 땅으로 거듭 변화해 간다는 놀라움에 기반한다. 사진상으로 논농사를 짓는 농토를 보면, 초반에는 잡초밭과 논밭의 구별이 모호할 정도로 방치된 감이 있지만, 초여름에 접어 들면 벼는 주변 잡초의 생장력을 무시할 정도로 불쑥 불쑥 자란다. 벼의 밑에 깔린 잡초는 미생물과 풀벌레의 먹이가 된다.   
 
자연에서 인간의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신석기 시대의 농경이 인간만을 위한 농업이 아니라 다시 자연에 되돌려주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주장은 퇴행 내지 반문명주의로 비춰질 수 있지만, 적어도 그의 농사현장 자체가 예술적 체험을 일으킬 정도로 감응을 준다는 것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이성중심주의의 인위적 자연관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인간의 작위를 최소화시키는 무위의 자연관이 땅에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4대강의 무참한 국토살육 앞에서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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