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단상 Vorstelltung'에 해당되는 글 228건

  1. 2024.11.17 도시 열전 : 이천1
  2. 2024.11.16 조선왕조 500년
  3. 2024.11.15 증강현실과 무의식(꿈)
  4. 2024.11.12 과거시대의 향수 : 사법고시의 시대 1
  5. 2024.11.11 역사의 반복과 세대교체 3

도시 열전 : 이천1

단상 Vorstelltung 2024. 11. 17. 10:18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중부 고속도로의 호법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으로 갈 때 하이닉스 반도체의 타워로 대표되는 이천을 수없이 지나쳐 가기만 했었는데, 이곳에서 3개월 정도 살 기회가 있었다. 바로 이 반도체 덕분이었다. 평택의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서 먼저 일하고 있었을 때 이천 하이닉스 현장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평택보다 수월하고 편하다는 것이었다. 평택은 현장 규모도 워낙 크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다 규율이 심해서 감옥같다는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런 분위기는 발주처인 두 거대기업의 사내 분위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며, 환실히 이천 현장이 평택 보다 여러모로 편했지만 뭔가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내보니 이천이 참 좋은 동네라는 인상이 들었고, 마침 그때는 경강선 전철이 들어서서 서울로 오고가기 편해진 시점이었다.

사전에 담당 팀장에게 받은 숙소의 주소지로 가기위해 터미널에서 택시를 탔다. 버스도 있었지만 짐이 좀 되서 택시를 잡았다. 아파트 숙소였는데 각 방엔 이미 먼저 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여 비어 있는 거실에 내 짐을 풀었다. 당장 다음날부터 일하는 것은 아니고, 서류를 쓰는 일정이라 초저녁에 숙소 근방의 국밥집에서 반주를 하며 밥을 먹었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까지는 일정에 문제가 생겨 며칠 늦춰졌다. 덕분에 시내로부터 3km 정도 떨어진 숙소와 현장, 그리고 시내를 택시와 버스, 도보로 오고가며 동네를 알아갔다. 자칫 일도 못하고 돌아가야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도 들었지만 정상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임시거주자의 생활이 시작됐다.

반응형

조선왕조 500년

단상 Vorstelltung 2024. 11. 16. 06:31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조선이 500년 이상 존속한 국가인 것은 새삼스럽다할 바 없으나 그 연대가 1392~1910년인 것을 보고 다른 느낌이 든다. 중세시대로부터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이어져온 왕국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중국은 그 사이 세 번의 왕조 변동이 있었고 일본은 전국시대를 거쳐 통일 후 에도 막부, 메이지 정권으로 이어졌다. 유럽과 근동은 이에 비할 바 없이 복잡한 변동을 거쳤다. 중국의 왕조 변천과 일본의 전국통일은 조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일본의 제국주의적 폭주에 조선은 첫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세계사의 급박한 전개는 500년 동안 유학을 숭상하며 사농공상의 질서로 평온히 흘러가기를 바랬던 조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조선과 마찬가지로 고려도 500년에 근접할 만큼 오래된 국가였던 점은 삼국시대의 붕괴로 더이상 요동 등지의 북방에 대한 영유권을 사대라는 형식으로 포기하면서 한족 계열의 중국 왕조로부터 침입을 받지 않은 것에 원인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고구려, 발해와 관련이 깊은 여진족을 오랑캐로 멸시하면서  병자호란을 겪어야 했다.

어떤 학자들은 조선은 당연히 일본보다 더 유교적인 국가인 것을 넘어 중극보다 더 그렇다고 보기도 한다. 중국을 사대하는 유교중심의 국가에서 한글이 창제되고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조선왕조가 현시대에 남겨준 유산이라고 할 만한 것은 동산같은 무덤들을 제외하면 한글 뿐이다.


반응형

증강현실과 무의식(꿈)

단상 Vorstelltung 2024. 11. 15. 07:53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스타니스와프 램의 소설이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솔라리스'에서는 방사선에 노출된 한 우주정거장에서 정체불명의 방문자들이 연고가 있는 각각의 우주인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준다. 어떤 이에겐 옛날 작고한 부인이, 어떤 이에겐 난쟁이 등등이 나타나는데, 이 방문자들과 전혀 관련없는 우주인들에게도 그들은 보이며 들리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인간의 꿈에서도 나타나는데, 의식 중에서는 생각치도, 기억치도 못했던 사람이 꿈에 등장하는 경우다. 파스칼은 의식중에 일어나는 환상을 일시적인 꿈의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솔라리스에서 일어나는 일은 특정한 조건에서 집단적 무의식의 발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마약이 일시적으로 가져다준다는 환각효과는 의지적인 무의식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을 벗어나 있는 상태, 의지로 통제할 수 없거나 자발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태, 바울에게서부터 단테를 거쳐 프로이트에게서 비로서 무의식으로 통칭된 이러한 의식 심연에 있는 무기력의 전모를 밝히는 일은 뇌과학과 심리학, 정보공학이 합심해 달려들 주제다. 이것이 밝혀진다면 인간에게서 더이상 신비가 숨어들어갈 거처가 사라지고 종교도 더이상 설 지반이 없어질까?

인간 개별 개별의 무의식이 설명가능한 현상으로 밝혀 진다면 인간 행동은 완벽히 예측가능한 일로 확정될 것이다. 마치 양떼를 키우는 목동이 완벽히 그의 양떼를 통제하듯이 인간이 기술체계에 완전히 통제될 수 있다.   인갼이 양을 자신보다 못한 하등의 존재로 간주하듯이 AI가 인간을 열등한 지능의 존재로 볼 날이 오지 않을까?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명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들에 쉽게 답을 할 수 있다면 또다른 생각을 할 필요는 차단될 것이다. 쉬운 해답,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을 넘어서는 것이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반응형
반응형


법학대학원제의 도입 전 매년 치뤄지던 사법고시는 지금도 시행중인 행정외무고시와 함께 시험으로 5급 관료로 직행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첩경이었다. 90년대 초반의 인기 주말드라마 '아들과 딸'은 70년대 사법고시의 향수를 짙게 풍기는데, 귀남의 어머니는 아들이 법학대학에 진학하고 사법고시를 보는 것을 과거를 보는 것으로 여긴다. 아버지는 연거푸 낙방하는 아들에게 10년간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며 독려한다. 마흔이 넘어서라도 합격하면 못해도 교도소장은 한다는 풍문은 10년 투자도 아깝지 않다는 계산이다. 20년 이상 일반 공무원으로 일해도 5급 승진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보면 그렇다. 시험에만 붙으면 영감대접을 받는 길은 분명 출세가도다. 이런 현대판 과거제도는 선비와 견줄 수 있는 고시생을 대거 양산했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고시의 흔적은 고시원이라는 형태의 주거시설에 그 의미마져 빼앗겼다.

이무리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기회가 고시였다고 해도, 조선시대 과거준비를 일생의 운명으로 삼던 선비처럼 밑도 끝도 없이 고시에 도전하는 것은 극소수의 고시생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한정된 선발인원에 그 높은 경쟁률이 몰렸던 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대증원 여파에 따른 의대 쏠림 현상과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비용은 의대가 더 많이 들겠지만, 사회적 비용, 그러니까 고시에 그 많은 고시생들이 전념함에 따라 들어갔던 기회비용의 늪은 더 깊었을 것이다.

명예와 돈을 가져다줄 지위상승의 기회는 어느 청춘이라도 잡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더군다나 한 사회의 직업가치와 보상체계가 위계화되어 있다면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사라져간 고시시대의 풍경이지만, 여전히 입시교육이나 시장에서 살아있는 경쟁의식은 한국사회의 또다른 풍경이다.


반응형

역사의 반복과 세대교체

단상 Vorstelltung 2024. 11. 11. 08:56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인도의 한 IT 엔지니어는 AI와 로봇에 관한 책에서 이런 예견을 한다. 2020~2030년 사이에 1000 달러 짜리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 2030~2040년 사이에 1000달러 짜리 컴퓨터가 모든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 지능을 기억과 연산의 기능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시중의 시가에 흔히 팔리는 컴퓨터는 분명 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 그런데 대략 10년 후에 이런 컴퓨터가 모든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

역사는 철학과 마찬가지로 공통적인 기점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죽음이다. 인간의 유한성에서 인간은 자신의 근원을 묻고 기록을 남긴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에 관한 물음은 필요없고 누군가에 남겨줄 이야기도 필요없다. 철학이 인간의 근원과 미래에 관해 어떠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라 그런 물음의 방식을 논할 뿐이라면, 역사는 검증가능한 기억의 추적을 남긴다.

헤겔의 역사철학에서 주인공인 절대정신이 기독교적 신의 근대적 재편이라면, 인공지능이 이런 절대정신의 현대적 재편이 될 날이 올까? 세대가 교체되더라도 묵묵히 이를 지켜보는 절대정신은 역사의 반복 앞에서 실수를 거듭하는 새로운 세대를 어떻게 볼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