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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강동 쪽으로 공급지원을 나갔다가, 일찍 일을 마치고 동문과 초저녁에 산성역에서 만났다. 근방의 술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길래 산에 가자고 했다(산성역 1번 출구 9번 버스). 아마도 서울 근교에 500미터가 넘는 산길로 올라가는 버스노선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빙빙 돌며 올라가는게 마치 옛날 한계령 길 같다.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가파른 벼랑과 나무가지 넘어 저 멀리 성남과 송파 일대의 야경이 너무도 눈부시게 비춰지고 있었다. 북문 쪽 인근의 너른 평지에 있는 오래된 손두부집에서 동동주를 마시고 북문까지 올라가 봤다. 성문이 열려 있었는데, 성문 밖은 낭떠러지로, 광주 방면이다. 호란 당시 인조가 머물렀다는 행궁을 새로 조성했다길래 찾으러 갔다가, 밤길에 길을 헤매다 북문까지 올라가 본 것이다. 어두워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책으로 접했던 산성 내부를 눈으로 보니 색다르다. 나도 유적지나 좀 돌아보고 역사소설을 써서 재미좀 봐볼까. 남한산성은 얼마나 좋은 소재인가. 북문에서 내려와 다시 버스를 타고 하산한 뒤 역 인근에서 한잔 더 하고 헤어졌다. 잠실에서 버스를 갈아 타는데, 예전에 육영재단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 자리에 홈플러스가 들어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잠깐 사이에도 많은게 변하지만, 사라진 권력의 유산은 너무도 탄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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