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일주일 가량 있는 동안 한가한 시간에는 보름 정도 묵은 신문들을 쭉 흝어 봤다. 주소가 적힌 휘장에 싸여 조선시대 편지봉투만한 크기로 접혀진 강원도민일보는 매일 우편으로 배달되는데, 신문을 보다 보니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원래 강릉에 속해 있던 동해는 1981년에야 독립해서 별도의 시로 승격됐다. 따라서 동해시 보다 유서깊은 곳은 묵호이다. 현재는 지역항이지만 원래는 외항선원들이 들락거렸다는 묵호항은 한창 탄광이 대량으로 채굴되던 시절에는 풍부한 어획량으로 부유한 동네였다. 지금은 영동의 다른 항구들과 마찬가지로 줄어든 어획량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인구나 경제규모에서 동해는 원주, 춘천, 강릉에 못미치는 동네인데, 현재 삼척에 LNG 저장소 설치와 LS전선 공장을 유치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재미있는 신규사업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그것은 대마사업이다. 백봉령으로 가는 곳에 위치한 동해시 삼화동은 예로부터 대마가 생산되던 곳인데, 대마의 마약성분으로 인해 그 생산은 엄격히 규제되어 있다. 그런데 대마는 단지 마약성분으로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의복, 약품, 항공소재 등 그 활용이 무궁무진해서 뿌리에서부터 줄기, 꽃까지 버릴게 없다고 한다.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가 협력해 지역의 신규핵심사업으로 부상시키려고 하는데, 워낙 먹고 살게 부진하다 보니 이런 곳으로도 머리를 쓰나 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마가 그렇게 널리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대마의 마약성으로 인해 애써 무시되어온 점도 있다. 동해시의 인구유입이 젊은 층보다는 노년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에서 볼 때, 관광자원과 결합된 실버사업이 이 해안도시의 새로운 동력일 것이다.
호사가들이 정치현안보다는 정치인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듯, 지방선거가 2년이나 남았는데도 이 신문은 차기 도지사 후보를 물망하는 기사를 명절 전에 실었다(현 도지사는 2선인데 3선은 제한되어있다). 지역에서 중등교육을 받고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한 도민출신에게 큰 기대를 품는 것은 강원도만의 실정은 아닐 것이다. 태백시는 취약한 지역에 농어촌 특별전형의 기회를 부여하는 지위를 상실당하자 들고 일어섰다. 여전히 태백시는 동등한 입시 경쟁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호소다. 춘천과 원주, 강릉의 일부 명문고를 제외한 지역의 학교들이 초토화되는 비평준화의 고장에서 서울을 바라보며 떡고물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절규는 한편으로는 비참하면서도 지역의 현실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논란 속에 원주에서 강릉간 신규철로개설이 당정에서 수용되었지만, 막대한 비용이 초래되는 이 사업의 미래가 밝지는 않다. 철로가 개설된다면 기존에 비해 40분이 단축된다고 하는데, 이런 정도의 효율로 사업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이고, 건설재원 확보도 순탄치는 않다고 한다. 이런 우울한 기사를 제치고 눈에 띄는 한 독자의 시가 있었다. 강릉의 한 목사가 올린 시인데, 필력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광경을 메밀꽃 축제에서 예를 들었다. 변변한 볼거리 없는 시골동네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오게 한 것은 이효석의 필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력 하나로만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가. 메밀꽃 축제를 기획한 사람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필력은 책장 속에만 숨쉴 뿐이다. 그런데 평창 출신인 이효석도 서울로 유학와서 작품활동을 해 동네를 일으킨 셈이다. 혼자 클 수 없는 강원도의 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