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 일요일(꽃들의 반응)

단상 Vorstelltung 2012. 4. 15. 22:23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요즘엔 일요일엔 간간히 술 마시곤 한다. 오히려 더 편하다. 예전 같으면 주저스러운 일이다. 일요일이란 월요일을 준비하는 정비의 시간으로 어정쩡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에 한강 둔치에서 주변에 술을 마시는 일당은 우리 밖에 없었다. 대부분 가족들이고, 아이들과 엄마들의 표정은 밝은데 가장들의 얼굴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어제라면 달랐을 것이다. 이건 쉬는게 쉬는 것이 아니다.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는 쉽게 가셔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요일은 이름처럼 충만한 하루다. 일상어에 대한 철학적 단상을 남긴 레비나스는 일요일에 대해서 자기 일상에만 충족하려는 삶의 고립을 말했다. <토지> 7권에서 혜관은 산을 산으로, 강을 강으로 보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자신에만 침몰해 가는 수행을 비좁은 의식으로 폄하한다. 그 자기 자신은 그야말로 초라할 뿐인데, 왜 거기 침잔하냐는 것이다. 불교의 정통적 수행에 대한 반역같은 말이다. 불가는 오직 수기(修己) 외에 어디 타자를 염두할 수 있는가.

 

이번 19대 총선은, 어느 때부터 형성된 책임회피의 양당구조에서 나올 수 밖에 없던 조합 중에서도 다소 특이한 경우라고 본다. 양당구조에만 국민의 선택권이 집중되는 이상, 이 양당이 나라를 팔아 먹어도, 국민의 선택권은 구한말의 백성들처럼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새누리,민주통합을 중심으로 하는 이 땅의 상당수 지배층의 뿌리에는 일제 부역의 흔적이 뼛 속 깊숙이 숨겨져 있다. 변명할 수도 있다. 적을 알아야 적을 이길 수 있으니 그 때로서는 그 길이 결과적으로 최선의 길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청산은 없다. 제 힘으로 독립도 못했으니 청산도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돗보이는 또 다른 흐름은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세대갈이로서의 세습 의회정치의 부상이다.  김정은의 3대 세습, 유력대권주자 박근혜에 대한 비판을 하기에는 민주통합당은 옹졸하다. 그 일부로 서울 중구에 나온 여당 세습 정치인을 야당 세습 정치 신인이 이겼다. 물론 아예 누구처럼 지역구까지 물려받은 세습 정치인보다는 한 수 위이지만, 세습을 하려면 자신의 출사표를 정정 당당히 걸기 위해  문성근처럼 사지로 뛰어들 수 있을 만한 열정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