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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알 수 없는 평범한 택시 운전수가 주인공이 되어 아픈 역사의 결렬한 현장 속으로 손님을 태우고 들어간다. 이미 90년대 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변주되어 다루어져 온 광주는 광주 자체가 주인공이 되어 역사적 정사의 형식으로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아직 없다. 아마도 지금까지 나온 영화를 모두 합친다면 비로서 전체의 그림이 완성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특이성은 외지인이면서 지극히 익숙한 택시운전수, 변호사도 아닌 그냥 보통사람에게 역사적 체험을 관통시키고 그의 내면의 고투와 변화를 보여주는데 있다. 시위 현장, 학살의 현장과 다름없는 금남로에서 사실 분노가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분노를 저항으로 형질변화시키는 일은 선택을 요구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이 시대의 택시 운전수는 여전히 시대의 파수꾼이다. 한줌 이름없는 꽃으로, 향기어린 기억만 남긴 채 저물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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