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병아리

창작 Produktion 2011. 6. 26. 20:4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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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 한 병아리를 이웃으로부터 받아 엉겹결에 키우게 됐을 때 사실 달갑지 않았다. 육식을 하는 인간이 동물을 키운다는데 거부감이 든 것일까. 주중 퇴근길에 닭갈비를 먹자는 친구의 연락에 웬지 거부감도 감돌았다. 이 병아리를 받은 첫 날만 하더라도 조그만 녀석이 어찌나 팔팔하고 시끄러운지 이게 병아리인지 참새인지 모호할 정도였다. 내가 박스에서 병아리를 빼주면 날 엄마로 알고 졸졸 따라왔고, 내가 멈추면 자기도 멈춰서 내 발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주간 동안 거의 매일 늦게 귀가하다 보니 녀석의 동태에 관해 조용히 찍찍거리며 들리는 소리 외에는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는데, 어제 토요일 점심에 외출할 일이 있어서 박스의 밑판을 갈아주려고 녀석을 빼냈는데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게 이상했다. 외출해서 돌아보니 다소 많이 쏟아놓은 자신의 배설물 위에 쓰러진 병아리가 힘겨워 하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병아리는 더 힘겨워 했고 날개와 다리가 맥없이 바닥에 퍼져 갔다. 늦은 시간, 헝겊 덮개를 벗어나 물과 모이가 담긴 병에 기어오르려고 하는데 힘에 부쳐하는 것 같아 손으로 몸통을 잡아 물을 먹여 줬더니 잘 먹는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물을 먹이고 나서 바닥에 놓으니 머리를 들기 힘든지 머리마져 바닥에 떨구고 부리를 뻐끔거리면 숨을 쉬었다. 점심 이후부터 줄곧 조용히 있다가 늦은 밤에 가끔 소리를 내는게 소생하는게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었지만, 새벽에 깨어난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움직이지 않는단다. 가서 보니 이미 굳어 있었다. 집사람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병아리는 초기에 백열등의 열로 보온을 해주는 등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했다. 오래 전에 유정란 산지에서 들어본 바에는, 기력이 약한 병아리에게는 삶은 달걀 노른자를 먹여 주기도 한단다. 아무튼, 우연찮게 오게된 이 손님을 나는 오늘 아침 갱지 봉토에 싸서 강둑 상단의 나무 옆에 호미로 땅을 파 묻어 주었다. 값안나가 대거로 내다 팔리는 숫놈 병아리 중 한 마리가 호기심어린 한 이웃의 아이에게 팔렸다가 소음 때문에 다른 이웃에게 넘겨 진 후 한 주를 보내고 생을 마친 것이다. 짧은 생이 아쉽긴 하지만 다 커서 목이 잘려 끊여지거나 튀겨져 살점만 빼고 뼈다귀만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둔치에 묻힌 게 그래도 더 나은 최후로도 보이지만 생을 어디 최후만을 놓고 볼 수 있는가. 썩어서 나무의 뿌리를 통해 줄기로 올라가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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