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문제

문학 Literatur 2008. 12. 22. 08:3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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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자 경향신문에 건설-부동산 관리를 하는 데이비스랭드앤씨아의 대표 이문수 씨의 인터뷰가 실렸다. 요지는 현재 건설사가 독점하다시피 도맡은 기획,개발,건축,시공,감리,시행의 전과정을 각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분담해서 맡는 전환이  필요하며, 주택사업은 고급화와 범용화가 병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범용화란 선진국처럼 주택을 이용하는 대다수 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키도록 공공임대주택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최소 30%인 선진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에 비해 한국은 고작 2%만이 공공임대주택이며, 하물며 이런 미미한 임대주택에 대해선 편협한 시각이 강해 기피대상으로 낙인된다. 고급화란 돈많은 건축주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건축물의 실용도 뿐만 아니라 설계자의 미학적 감각도 활용해 건축물을 그냥 건물이 아니라 작품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건설사업을 더많은 이익을 내는 투기적 목적으로 내달렸던 건설사의 시대를 접고 그야말로 공공성과 실용성, 예술성을 갖춘 사업으로 변모시키자는 얘기인데, 어떻게 보면 극단의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관점으로도 보이지만,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의 바탕인 집문제의 해결없이 고급스러움만을 쫒는 건축은 마치 모래밭에 쌓은 구조물과 마찬가지로 아찔한 것이다.  100만채의 집이 남아도는데 841만명이 무주택자라는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택시장의 왜곡과 과잉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현상도 살펴 봐야 한다.

예전에 어느 대기업 건설사의 광고에 이런 것이 있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값비싼 아파트에서 사는 이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문구지만, 집없는 사람들도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문구로 변경은 안되는가? 한쪽에서는 휘황찬란한 주택이 하늘로 솟구치고, 이것을 침흘리며 바라보는 홈리스들이 시궁창같은 주거지로 몰리는 한, 이들에게 한국은 시궁창같은 국가이면서 '너희들의 국가'이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자유란 악마의 선물이며,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범죄다. 어떤 사회의 현재 상태가 소위 이상적인 '문명사회'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사회의 약자들이 어떤 처지인가를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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