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아일랜드로

책들 Bücher 2016. 8. 29. 06:26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계절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 저지되던 중동의 역사서 이후 아일랜드의 역사를 다룬 박지향의 <슬픈 아일랜드>를 읽는다. 2002년(새물결)에 나온 이 책은 개별국의 역사서로는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아무래도 영화 <원스>(2006년)의 영향력이 아닌가 싶다. 아일랜드에 관한 역사서가 드문 실정에서 저자는 출판사를 바꿔 개정판(기파랑, 2008년)까지 냈다. 11세기 이후 잉글랜드의 침탈을 받아 700년간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 아직까지 잉글랜드의 간섭을 받고 있는 아일랜드를 저자는 한반도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한반도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으며 민족적 자긍심이 강하다는 근거로. 하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형태의 식민사관이 아닌가? 700년의 식민지배와 36년의 식민지배가 동일한가? 영토와 분단상황도 매우 이질적이다. 양국간 힘의 우열이라는 관점에서 아일랜드와 한반도 대 잉글랜드와 일본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할지라도 주변국을 둘러싼 구조적 상황은 이질적이다.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에서 보이는 분립양상은 또한 동북아시아와는 다른 역사적 조건에서 나온 것이다. 정서적 유사성이, 압박받는 민족의 울분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것이라도 해도, 그 압박의 내용과 깊이는 다른 것이다. 이런 인식을 걷어서 보면, 서양사에 정통한 학자가 그리는 아일랜드행 차창 밖 풍경은 무시할 만한 것이 못된다. 확대팽창하는 미국 정보국의 개인정보해킹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영국 정보부의 해킹 수준이 가히 비견할 바 없이 공격적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2차대전 당시 대서양을 장악한 독일함대의 암호를 풀어낸 수학자 튜링은 영국 출신이다. 이런 영국(잉글랜드)을 5세기 때 게르만인이 초토화시켰다는 사실은 다양한 생각꺼리를 던진다. 게르만의 분출력(이주민)은 로마의 경계를 온사방에서 뒤흔들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게르만은 어느 민족일까? 전례적인 인구팽창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 중동(이슬람)이 유력하다. 인구는 분명 생산력과 패러다임 전환(혁신)에 양적으로 유리한 기반을 제공하지만, 인구의 증가가 이민을 통해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민 사회가 새롭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음을 구대륙, 특히 미국이 잘 보여준다. 유럽인은 이주민이라는 몸체에 정신을 이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