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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선정한 20세기 한국 중단편 소설집을 읽고 있다(20세기 한국소설 시리즈 21). 주중에 술먹고 보거나 졸음을 참으며 읽으면서 집중력은 다소 떨어진 독서였지만, 간단한 느낌을 차례로 정리해 본다.
포인트(최상규,1956) : 갓 결혼한 백수 남편에게 입대영장이 온 후 겪는 심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편인데, 왜 제목이 포인트인지 모르겠다. 소수점에 점 하나를 찍어 더 작은 단위로 내려 가듯이, 점점 위축되어 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암시하는 것일까.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보이는데, 마치 조국이 식민지로 전락하는데서 오는 박탈감 비슷한 심정이 보인다. 작가로 입신하기 위해 부인은 백화점에 보내고, 군대까지 요리 저리 피해보려다 결국 덜미가 잡힌 막가는 청춘의 모습 속에 징집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것인가? 이 점만으로도 그 시대에 작은 충격을 줄 만한 소재로 보인다.
흑색 그리스도(송상옥,1965) : 분위기는 포인트와 비슷하다. 제목은 종교적 주제를 암시하는데, 이야기 흐름과 큰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마치 술취한 사람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듯, 특정구절을 이따금식 반복해 보이는게 당시로선 새로운 형식의 추구로 보였을지 모를 일이다.
겨울밤(이병주,1974) :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작품이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하다. 오히려 이후 작가가 발표할 기록문학의 예고편 같은 다짐과 포부를 보이는 작가의 말같다. 그의 처녀작 <알렉산드리아>에 대한 노정필의 비판, 그러니까 이 작품은 작가의 말대로 기록문학이 아니라, 서정문학이라는 평가에 몰려 작가는 보다 충실한 기록문학을 준비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역시 작품의 제목과 작품의 내용이 엇갈린다.
병신과 머저리(이청준, 1966) : 한국전쟁과 같은 역사의 대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사실과 상상의 엇갈림, 리얼리즘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봉합시키는 작가가 또 있을까. 동족상잔의 참란이라는 상흔을 안고 있는 '병신'인 전전 세대와 근원을 모를 병폐를 안고 있는 '머저리'인 전후세대의 대립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서 극명해 진다. 상흔을 잊고 현실에서 싸워나가기 위해 과거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의 참상이 너무도 깊기 때문인 반면, 전란을 소용돌이를 비켜간 세대에겐 망각과 흔들림이 거추장스러운 위선으로 비춰진 것일까. 이러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약간의 변조를 거쳐 <자서전들 쓰십시다>에 이어진다.
자서전들 쓰십시다(이청준,1976) : 이른바 성공한 인간들 열댓명의 자서전을 대필해온 작품 속 작가는 자서전이란 대필 청부업자에게 의뢰를 하더라도, 그 주제는 자신을 의견을 주장하는 과거시제의 미래투영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만인에게 드러내 보이는 고백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자서전은 자신의 과오도 미덕으로 추앙하는 위장을 드러내는데, 그래서 짓밟히는 사람들은 두번 짓밟힐 수 있는 것이다. 그 성공에 짓눌린 무수한 타인들은 기록 속에서도 짓밟히는 것이다.
포인트(최상규,1956) : 갓 결혼한 백수 남편에게 입대영장이 온 후 겪는 심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편인데, 왜 제목이 포인트인지 모르겠다. 소수점에 점 하나를 찍어 더 작은 단위로 내려 가듯이, 점점 위축되어 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암시하는 것일까.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보이는데, 마치 조국이 식민지로 전락하는데서 오는 박탈감 비슷한 심정이 보인다. 작가로 입신하기 위해 부인은 백화점에 보내고, 군대까지 요리 저리 피해보려다 결국 덜미가 잡힌 막가는 청춘의 모습 속에 징집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것인가? 이 점만으로도 그 시대에 작은 충격을 줄 만한 소재로 보인다.
흑색 그리스도(송상옥,1965) : 분위기는 포인트와 비슷하다. 제목은 종교적 주제를 암시하는데, 이야기 흐름과 큰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마치 술취한 사람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듯, 특정구절을 이따금식 반복해 보이는게 당시로선 새로운 형식의 추구로 보였을지 모를 일이다.
겨울밤(이병주,1974) :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작품이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하다. 오히려 이후 작가가 발표할 기록문학의 예고편 같은 다짐과 포부를 보이는 작가의 말같다. 그의 처녀작 <알렉산드리아>에 대한 노정필의 비판, 그러니까 이 작품은 작가의 말대로 기록문학이 아니라, 서정문학이라는 평가에 몰려 작가는 보다 충실한 기록문학을 준비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역시 작품의 제목과 작품의 내용이 엇갈린다.
병신과 머저리(이청준, 1966) : 한국전쟁과 같은 역사의 대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사실과 상상의 엇갈림, 리얼리즘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봉합시키는 작가가 또 있을까. 동족상잔의 참란이라는 상흔을 안고 있는 '병신'인 전전 세대와 근원을 모를 병폐를 안고 있는 '머저리'인 전후세대의 대립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서 극명해 진다. 상흔을 잊고 현실에서 싸워나가기 위해 과거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의 참상이 너무도 깊기 때문인 반면, 전란을 소용돌이를 비켜간 세대에겐 망각과 흔들림이 거추장스러운 위선으로 비춰진 것일까. 이러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약간의 변조를 거쳐 <자서전들 쓰십시다>에 이어진다.
자서전들 쓰십시다(이청준,1976) : 이른바 성공한 인간들 열댓명의 자서전을 대필해온 작품 속 작가는 자서전이란 대필 청부업자에게 의뢰를 하더라도, 그 주제는 자신을 의견을 주장하는 과거시제의 미래투영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만인에게 드러내 보이는 고백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자서전은 자신의 과오도 미덕으로 추앙하는 위장을 드러내는데, 그래서 짓밟히는 사람들은 두번 짓밟힐 수 있는 것이다. 그 성공에 짓눌린 무수한 타인들은 기록 속에서도 짓밟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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