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18 : 에필로그

책들 Bücher 2017. 11. 6. 08:3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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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이 소설의 결론을, 세계사와 인간의 자유, 필연성에 관해 칸트의 역사철학과 <순수이성비판>의 변증론(제 3 이율배반)을 연상시키는 논문형식의 서술로 끝맺는다.

인간과 세상의 맥락의존적 관계와 시간 경과에 따른 과거사의 인식증대, 인과관계에 대한 무한한 지식증대로 자유를 본질로 하는 인간이라도 자연과 마찬가지로 필연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 따라서 나폴레옹일지라도 자유로운 영웅이 아니라 역사의 거대한 톱니바퀴같은 도구에 불과했다.

하나의 비근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한 것은 당대로서는 다소 의심스럽긴 하더라도 이 지배자의 자유의사로 볼 만한 정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경과하고, 이 전쟁의 양상에 대한 지식이 축적된 후 고찰해 보면 흥성하던 나폴레옹이 패망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쟁이었다는 식으로, 따라서 자신도 모른채 나폴레옹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도록 예정된 역사법칙 내지 역사의 궤도에 올라탔다는 것이다.

필연의 세계, 원인에 따라 결과가 정확이 예정된 세계에 살아간다는 것은 기독교 세계관이나 과학적 세계관에 적합해 보인다. 현재는 자유의사대로 살고 있다고 보더라도 지나고 보면 어떤 의미성, 인과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인데, 이 인과성이 단 하나의 인관성이 아니라면, 인과의 계열도 복잡해 질 수 있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다른 인과의 계열이 발견된다면, 원인에 대한 추론도 끝이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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