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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물 보다는 김기덕의 <섬>을 연상시키는 스릴러물에 가까운 라스 폰 트리에의 또다른 실험작(2009)이다. 트리에의 형식 실험은 <어둠속의 댄서>(2000), 도그빌(2003)에서 단단한 구조의 빛을 발하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복잡스러운 구조와 메타포를 담고 있다. 사탄의 정원으로 명명된 자연의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이 자연에 여성을 동화시키는 전략이 영화의 후반부에 드러난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타르코프스키에 대한 헌정사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서 보이는 '크리스트'적인 자연관에 대한 안티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서 자연과 동화된 여성은 질서와 구원의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연과 동화된 여성은 혼돈과 폭력으로 그려진다. 심령의 영상과 꿈속 이미지 같은 장면의 연출들은 타르코프스키의 장면들을 연상시키면서도 사이버게임과 유사한 가상현실감을 준다. 어떤 심오함을 내포한듯 하면서도 장난기로 채색된 영화같은 인상도 든다. 마치 각 챕터를 안내하는 거친 필체의 표제 스크립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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