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남부의 한 생협에서 일어난 분쟁상황에 대한 감사 권고문.
"상호신뢰기반이 붕괴되고 법적 다툼만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 사태의 정리를 위해 오직 스스로 물러섬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사도 실무자도 다 물러 나십시오. 모두 물러나고 오직 조합원 주권의 입장에서 새로 시작하십시오. 자기부정을 통해서만 길이 보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2014년 3월 24일 경기남부 자유게시판에서
제9차 한살림경기남부생협 정기대의원 총회에 대한 감사 보고서
○ 먼저, 제9차 한살림경기남부생협 정기대의원총회 자료집에 실린 저희 감사보고서는, 물론 감사인 저희들이 직접 작성한 것이지만, 최종 감사 보고서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그것은 그 감사 보고서가 최근의 문제들이 불거지기 전에 작성된 것이기에, 저희들 스스로 감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의원님들께 사전에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발표하는 감사보고서가 저희 감사들의 최종 의견입니다.
○ 최근 한살림경기남부생협을 둘러싼 여러 문제와 갈등이 불거진 것에 대해 조직의 주요 임원인 감사로서 대의원들에게 마음 아픈 사과를 드리며, 이러한 사태가 1차 연기된 후 개최된 대의원 총회에서까지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에 대해 통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 최근 진행된 일련의 사태들에서는 각종 근거들을 동원해 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들이 벌어지고 있어, 저희 감사들로서는 공동체로서의 존립근거를 기본으로 하는 한살림경기남부생협이 더 이상 공동체로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 저희 감사들은 지난 대의원 총회 전날에 홈페이지를 통한 실무자들의 성명서 공개 이후 이의 중재를 위해 나름 다방면의 노력을 해왔으나, 총회 당일인 오늘까지 일정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가 발생한 초기부터 잘잘못을 가리려는 입장을 가지지 않으려 하였고, 공동체적 방법에 의해 당사자들이 합의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중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논란에 대해서는 감사의 의견을 밝힐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사태를 일으킨 두 가지 쟁점에 대해 감사 의견을 내고자 합니다. 상무이사를 둘러싼 이견과 수도권인사교류협약문 부결 건에 대한 이견입니다. 먼저 이 두 건이 공동체의 파국을 낳을 만큼 심각한 사안인지 묻고 싶습니다. 조직이 파국을 맞으려면 심각한 부조리 사건이 있거나 외부의 엄청한 타격이 있거나 조직의 근본 이념을 둘러싼 분쟁이 있거나 해야 할 텐데, 이번 두 건은 아무리 보아도 이렇게 파국으로 치달을만한 사안이라 보이지 않습니다. 두 건에 대해선 분명 양측의 의견이 일면적이지만 정당성이 있습니다. 이는 전체 한살림의 조직노선과도 연관된 문제여서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 또한 아닙니다. 이런 문제로 실무자들을 설득하고 이끌어가지 못한 이사회는 지도력을 상실했음을 스스로 반성해야 하고, 이런 문제로 독재정권이나 악덕기업주에게 쓸법한 언사를 표현한 실무자들의 성명서는 분명 공동체 구성원답지 않은 경솔한 행동이었음을 반성해야 합니다.
○ 먼저 이사회 측에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사회의 지도 운영에서 오해와 갈등의 소지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잘못된 운영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이사소통회의는 분명 정관에 근거한 회의기구가 아닙니다. 이사들 간에 소통을 위한 모임이었다고 하지만 회의라는 이름으로 진행을 하였고 그것이 이사회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때문에 의도와 무관하게 거의 이사회에 준한 회의기구로 운영된 것이라 보기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회의록이라도 남겨 투명성을 확보했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한 점이 더욱 의문을 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근거가 불분명한 회의 모임을 자제하기 권고합니다. 둘째, 회의의 의결은 만장일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수 의견을 보호할 수 있고, 결국 나중에 표결을 하더라도 소수파가 인정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 이사회는 만장일치가 되도록 노력하기보다 표결에 의존한 의결을 한 것이 결국 소수파의 반발을 샀고 작금의 사태를 낳는데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셋째 총회를 연기한 일입니다. 총회 연기의 근거로 제시한 실무자들의 총회 전날 성명서 발표는 총회 연기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총회의 연기 이후 성명서로 인한 조직의 분란을 급속도로 키운 결과를 낳게 했습니다. 이 또한 매우 미숙한 조직 운영이자 다음 지도부의 임기를 일방적으로 한 달이나 삭감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 실무자들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첫째 문제를 해결할 조직의 절차가 있었음에도 절차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점은 조직의 분란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를 하였습니다. 총회 전 감사들이 감사를 할 때에도 문제를 제기할 기회는 충분했으며 노사협의회를 활용해 문제를 제기할 여지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정당한 문제제기일지라도 방법이 옳지 않으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둘째는 인사교류 문제를 제기하는 데 적대적 표현을 써가며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것은 조직의 불신풍조를 만연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한살림다운 모습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지도부의 비민주적 독단도 민주적으로 해결하려 해야지 비슷하게 비민주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셋째는 현 이사회에게 인사교류협약문 부결의 원천 무효 및 무조건 승인을 요구한 것은 엄연히 합법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사항인데 이를 무로 돌리라고 집단의 힘으로 제기한 것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봅니다. 하지만 마지막 합의 시도 시 ‘무조건 승인’을 양보한 것은 타협을 하려고 노력한 것이라 평가합니다.
○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해 저희 감사들은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먼저 밝혀드리는 바입니다. 다만,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한살림경기남부생협이 다시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에 관심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대의원 총회가 일차 연기되었고 오늘 대의원 총회에서까지 문제가 합의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이 문제의 당사와 조직의 지도부에게 공히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희 감사들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저희 감사들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사회 및 실무자들에 대한 최종적 권고와 대의원님들에게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 먼저, 조직의 주요 임원인 저희 감사들 역시 이 문제로부터 도의적 책임을 피할 길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저희는 이 감사보고서 보고를 끝으로 감사직에서 사퇴합니다. 물론, 임기가 다 지난 감사들의 사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도의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감사직 사퇴에 따라 감사보고서 낭독 이후에는 당연직 대의원으로서의 자격도 내려놓습니다. 또한 대의원 총회의 추후 진행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사퇴합니다. 이는 이 감사보고서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할 것입니다.
○ 둘째, 이사회는 한살림경기남부생협의 최고 지도력으로서 이러한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 데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현직 이사회 구성원 모두 차기 이사회 후보에서 자진 사퇴해 줄 것을 권고합니다. 이는 이 문제의 한 이해당사자로서의 책임이 아니라, 한살림경기남부생협 최고 지도부로서 져야 할 당연한 도의적 책임이라 생각하기에 이 같이 권고하는 것입니다.
○ 이와 동시에 실무자들은 일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성명서를 공표해 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이해당사자로서 지금까지 문제해결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분명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실무자 전원은 대의원 총회에서 대의원들에게 일괄 사직서 제출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이들의 사직서 수리 여부는 차기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며, 만약 차기 이사회에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정한 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에 그 수준 역시 차기 이사회에 일임하도록 그 결정에 따를 것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 지금까지 감사보고서는 다소 요식적인 절차로 대의원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총회에 참석하신 대의원님들께서는 이 감사보고서 승인에 신중을 기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만약, 이 감사보고서에서 권고하고 제안한 사항에 대해 동의하신다면, 감사보고서를 승인해 주십시오. 그러나 이 감사보고서가 권고하고 제안한 사항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이 감사보고서 승인을 거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이 감사보고서가 대의원들에게서 승인을 받는다면, 현 이사회와 실무자들은 대의원들의 의견이 그리 표출된 것이니, 대의원들의 의사를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도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덮어두는 것보다는 드러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합니다. 문제는 그 불거진 갈등을 어떻게 건강하게 해소해 가느냐 하는 것이 해당 조직이나 공동체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저희 감사들은 대의원님들께서 이 갈등을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이면서 그럴 능력이 충분하다는 기대와 믿음을 갖고, 이 감사보고서로 마지막 감사의 소임을 마치고자 합니다.
2014년 3월25일
감사 안철환
이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