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우주로

책들 Bücher 2015. 10. 13. 17:50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지난 주말 멜빌의 <모비 딕> 결말부를 빠르게 봤다. 에이헤브 선장이 지휘하는 피쿼드 호는 나침반도 돌려버릴 정도의 폭풍을 뚫고 적도의 고래어장에 들어가, 1차에서 3차에 걸치는 추격 끝에 백경과의 사투가 결정난다. 그래서 재판도 3심제인가. 모험소설에 관심이 이어지고 전부터 보려고도 해서 아서 C. 클라크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옮겨 갔다. 레이다에 정통한 과학자이면서 우주적 서사를 펼치는 작가의 친절한 설명은 동명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알고 보니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큐브릭의 영화는 원래 두 사람의 만남에서 기획된 것이고, 시나리오 작업 이전에 자유로운 상상에 맡긴 소설을 먼저 진행해 보자는 큐브릭의 제안을 클라크가 수락해서 이 소설이 탄생한다. 원작 소설의 기본 골격에 맞춰 영화는 만들어 졌지만 영화작업의 결과물에 소설이 영향을 받았다고 클라크는 회고한다. 달 착륙선이 TV에 중계되기 전에 나온 이 소설의 영향은 요즘 나오는 SF 영화에서도 역력히 보인다. 우주 정거장이 원심력으로 인위적인 중력을 만드는 설정, 토성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는 유인 우주선의 보급물자를 아끼기 위해 도입된 승무원 동면, 대화로 기계의 대답과 인간의 대답을 구분할 수 없다면 기계 또한 사고할 수 있다는 판정을 내린 튜링 테스트의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인간 두뇌 활동의 세부사항을 궁극적으로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속도와 신뢰성으로 이를  재현할 수 있는 HAL(Heuristically programmed ALgorithmic computer)의 개발. 이 컴퓨터는 IBM 보다 한발 앞섰다. 철자순으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