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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되어버린 강
구일섭
강화도 최북단 너머
두 개의 강이 바다가 되어 흐르고 있다
널찍한 연백평야가 펼쳐져 있는
매서운 겨울의 들판에는 인적이 없고
들판을 둘러싼 산야에는 나무가 없다
송악산이 보이고 개성으로 가는 길도 보이건만
그 옛날 활발한 물자의 교통로였다는 강물은
속으로 깊이 깊이 얼어 있다
강의 차안에서 부르면
강의 피안에서 응답이 올 수 있으련만
차안과 피안은 연옥과 지옥의 거리만큼 멀다
음산한 독재자를 수행해 강 저편을 바라보며
피부색이 다른 동족을 섬멸하려는 조소로 새겨진
봉우리의 이름 뒤로
악귀의 면상을 띤 전차가 피를 갈구한다
간조가 되면 헤엄 쳐서 오갈 수도 있던 양안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해가 반세기 넘게 흐르고 있다
강을 삼켜버린 바다의 거친 맥박이
양안 가득
소리 없이 울린다
이른바 '제적봉'에서 바라 본 북조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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