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빌 단편에 대한 짧은 인상

문학 Literatur 2016. 12. 15. 12:2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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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비

한번 읽은 것이지만 다시 봐도 신비롭다. 멜빌의 단편에서 흔히 보이는 결말의 반전 구도 중 가장 경이로우면서도 슬픈 반전

 

꼬끼오! 혹은 고귀한 수탉 베네벤타노의 노래

이 작품 역시 기묘한 반전이 있다. 스타우트를 거하게 마시고 쓴듯한 흥분스러운 문장이 계속된다. 병자를 흥분시키는 수탉은 결국 저승사자인 셈?

 

베니토 세레노 

멜빌의 전공은 역시 해양소설이다. 시종일관 스페인 화물선 선장 베니토를 정신이상자 내지 범죄인물로 몰다가 역시 급작스러운 반전으로 뜻밖의 결말이 난다. 이 스페인 선장은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미국 선장 덕분에 반란의 수괴인 바보노예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지만,  온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

잘 정비되고 쾌적한 법률 단지에 모인 총각 법률가들의 여유로운 만찬과 자연의 불길함이 눈보라가 되어 몰아치는 산골 골짜기 제지 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처녀들. 작가는 왜 이토록 이질적인 이 두 장면을 대비시켰을까. 제지공장에서 일하는 처녀들과 법률문서를 베끼는 일만 하는 바틀비는 가까워 보인다. 창의적이고 주도적이며 웅변적인 성격이라는 점이 법률가에 적합하다면 무미건조하고 기계적 작업의 성격은 제지공장의 처녀들과 바틀비에 적합하다. 어쩌면 멜빌은 단순반복적인 업무로 규정된 포드주의에 대한 경계를 드러내면서, 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주장은 지금의 시점에서도 맞다. 관행은 결국 퇴행이 되고 만다. 의사도 판사도 예외일 수 없다. 알파고의 시대에선 더욱 더.

 

피뢰침 판매인

인간의 몸이 강력한 전도체일 수 있다는 피뢰침 판매인의 주장이 꼭 상술로만 보이지 않는다. 뇌우가 퍼붓는 평야 한가운데 사람이 있다면 더욱 더.  

 

사과나무 탁자 혹은 진기한 유령 출몰 현상

베어진 지 90년이 되고 탁자로 만들어진지도 그 정도의 세월을 겪은 나무 속의 곤충알로부터 성체가 나오는 일은 설명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신비로운 일이기도 하다. 문학은 설명가능한 현상을 애써 회피하려 하진 않지만 여기에만 갇혀 있지는 않다. 새로운 해석을 위해서 다시 문장의 각질 속으로 파고들어가 광맥을 찾는 일이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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