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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비자 기간의 절반을 넘어선 지금, 애초 목표로 했던 일은 진행되지 않고 비자 연장 없이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시당초 계속 여기서 살 생각은 아니었지만, 역시 계속 살기에는 정서적 격차가 너무 크다. 가능한 한국과 이곳을 자주 오고가면서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외국에서 계속 놀고 있는 것도 지쳐갈 뿐만 아니라 견디기 힘든 시점이 오자 마음을 내려 놓기로 했다. 그러자 좀더 맘 편히 지낼 수 있긴 하지만, 어딜 돌아다니고 여행 다닐 만한 기분은 나지 않는다. 늘상 다니던 길 옆에 있던 책방에 어제 처음 들어가 봤다. 새책방 보다는 헌책방에 오히려 볼만한 책이 더 많아 보인 것은, 아무래도 고전이 고서점에 많은 탓이다. 손이 가는 책이 좀 있긴 했으나 다시 내려 놓았다. 말끔한 하드케이스로 된 단테의 신곡을 굳이 독일어로 읽을 필요는 없으나, 라틴어본과 함께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지내기 갑갑해서 카톡으로 연락을 취하는데, 내가 연락을 먼저 하지 않아도 연락을 주는 친구들이 있어 반갑다. 지구상의 반대 끝이지만 마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바로 옆에 있는 듯이 연락을 주고 받는 세상이긴 하다. 언젠가 교통의 혁명으로 이 공간적 거리도 급격히 단축될 날이 오겠지만, 그런 시대에 꼭 살고싶은 것은 아니다. 살고 체험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는 일은 아직 모험심이 남아 있는 시절의 용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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