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란 무엇인가

단상 Vorstelltung 2024. 11. 27. 02:3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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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도시는 시골과 반대되는 의미로 쓰이나 대도시 사람들은 흔히 대도시와 멀리 동떨어진 소도시를 시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소도시 사람들은 도시 외곽 멀리에서 농경이 주된 경제활동인 지역이 시골이며 자신들은 엄연히 도시인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소도시 내에서도, 간혹은 대도시 주변에도 농지가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시와 시골은 어떻게 구별되는 것일까? 그런 구별이 행정적 단위의 구분 이외에 달리 가능할까? 더군다나 근현대사회는 도시의 팽창과 함께 한다. 김포시도 하나의 도시인데 거대 도시 서울로의 편입 논란은 그런 도시팽창의 기형적 면모이기도 하다.

도시의 팽창은 시골이라 불리던 지역을 더 주변화, 이질화시키고 도시와 도시 간에는 경쟁적 관계도 개입된다. 일자리와 사람이 몰리는 도시에 상업과 주거가 집중된다. 혹은 인위적으로 적막한 시골에 산업단지나 행정기구가 들어서서 새로운 큰 도시를 만들기도 한다. 창원, 울산, 포항, 세종 처럼. 혹은 독일의 마부르크처럼 구교와 신교의 종교적 전통과 봉건 영주의 정치적 영향력의 결합으로 도시가 형성된 경우도 있다. 궁예의 철원, 그리고 한양도 정치적 산물이다.

도시의 팽창이 가져오는 결과는 도시와 도시 사이에 지리적 완충지처럼 펼쳐진 영역을 좁힌다. 서울 외곽의 수도권은 위성도시들로 물샐틈 없이 둘러쌓여 있다. 또한 교통의 발달은 도시로의 예속을 심화시킨다.

사실상 도시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삶을 영유하기 위한 중요 거점이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가 모호하더라도 시골과 도시는 상호의존적이다. 더이상 활용가치가 없는 도시의 부지를 엄청난 노력을 들여 비옥한 농토로 바꾸는 도시농부들도 있다. 도시와 시골의 상호침투는 도시와 도시 간에도 이뤄진다. 도시는 분명 행정의 중요 단위이고 이에 근거해 운영되지만 도시의 풍경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 각자의 개성으로 그려진다. 도시는 어쩌면 인물사진의 배경처럼 남아있기도 하지만 한 세대와 함께 몰락하기도 한다. 세대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도시의 외형적 유산의 빈곤은 속도감있는 변화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전쟁과 자연재해와 같은 비극의 그것일 수도 있다.

국가라는 유무형의 장력에 비해 도시의 장력에 사람들은 더 끌린다. 사람이 도시를 거닌다고 하지 국가를 거닌다고 하지는 않는다. 도시의 규모가 작을수록, 보폭으로 둘러볼 만한 규모일 수록 도시는 더 직접적으로 현전하는 반면, 규모가 큰 도시는 행정의 비대와 함께 도시국가로도 불린다.

'도시란 무엇인가?' 라는 무모한 질문은 도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의 꼬리표를 계속 남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어쩌면 거기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한 도시는 우리에게 말을 걸도록 무언의 속삭임을 건다. 이것에 대답하는 것이 도시에 사는 사람의 의무일 수도, 취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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