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새벽출근을 하다보니 해뜨는 시각에 민감해 진다. 양력의 한여름에 입추를 지나며 새벽과 저녁의 바람에 서늘함이 느껴지는데, 오늘 새벽엔 유난히 환해서 절기가 거꾸로 가나 싶었는데 강변도로 상공 서쪽에 유난히 환한 달빛이 보였다. 나중에 라디오에서 들으니 슈퍼문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달이 평소의 보름달보다 크게 보이는 것은 지구와 달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행성이었던 달이 위성의 궤도로부터 지구와 더 밀착해 지는 것은 여러모로 불길한 자연현상을 예고한다.
차로 운행을 자주 하다보니 라디오를 많이 듣는데 이제 뉴스를 듣는게 주저스럽다.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으로 세월호 사건이 육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부대에서 2명의 관심사병이 휴가 마지막 날인 이날 동반자살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더이상 대책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없으며 설사 대책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실효성있게 유지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루빨리 징병제를 폐지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다. 이것이 너무도 급작스럽다면 군조직의 기본틀을 직업군인제로 하면서 예비역 대상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징병대상자들의 경우 3~6개월의 단기 기초군사훈련에 한해서만 소집해 훈련 후 사회로 복귀시켰다가 전시와 같은 비상사태시 소집하는 식이다. 전근대적인 병력동원 방식으로 21세기의 청춘을 묶어 두는 것 자체가 시대역행이며 사회적 재해다.
파슨스의 체계이론을 다양한 학문 영역간 투과를 거치며 계승한 루만은 세계사회를 지역적 경계가 불필요한 세계체계로 해석한다. 여기서 더이상 국가와 같은 단위가 아니라 기능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사회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 어느 대기업의 광고에 '혁신을 혁신한다'라는 카피문구가 있는데, 말장난같으면서 모순적인 이 어법에도 사회를 커뮤니케이션 작동의 체제로 볼 수 있는 단서가 있다. 사회를 혁신한다는 것으로 사회는 재생산되지 않는다. 사회의 끊임없는 재생산을 위해서는 사회의 혁신도 혁신되어야 한다. 사회를 관찰한다는 것으로 사회는 관찰되지 않는다. 사회를 끊임없이 관찰하기 위해서는 이 관찰도 관찰되어야 한다. 여기서 의미의 결정은 재생산과 관찰의 작용, 곧 운동을 저해하는 것이다. 기의와 기표의 무한 이격을 연상시키는 루만의 사회이론은 분명 전통사회 보다는 미래사회에 적합해 보인다. 여전히 국가는 강성하며 근본주의는 득세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강성하다는 것도 근본주의가 득세를 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것이 실체로서 그렇다기 보다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확대된 면이 있다.(주1)
루만은 현재의 세계인구가 세계사회의 재생산을 위해서 적절할 뿐만 아니라 과잉의 위험도 있다고 본다. 이것은 인구수가 그런 면도 있지만 그 인구가 발산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도 그렇다는 것이다. 세월호를 다루는 수많은 매체와 sns에서 쏟아지는 글들, 그리고 이것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확대재생산되는 담론의 폭증은 과연 세월호 사건이 제대로 관찰될 수 있을지 불분명하게 한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작동상의 폐쇄로 생긴 하나의 구별, 곧 의미생성이 필요하다. 태생과 그 존속을 동일하게 수식할수 있는 이 '재난' 공화국에서 적절한 인식을 위한 구별점들은 여전히 작동중이다.
각주1)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적선에 비해 열세인 아군에게서 번졌던 두려움을 역으로 왜군에게 이용했다고 승전 후 말한다. 그 두려움은 패배가 없는 이순신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데, 이것은 곧 커뮤니케이션의 승리로 볼 수 있다. 루만에게서 커뮤니케이션은 인간들 사이의 문자나 말로 하는 의사소통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 두 객체간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보행자가 푸른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 뿐만 아니라 유비쿼터스의 개념처럼 기계간 전자적 정보소통이 일어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이다.
베버와 미드, 뒤르켐을 잇는 20세기 사회학의 고전적 사상가인 파슨스는 하버마스와의 다음 서신에서 직접 다뤄지는 인물입니다. 보다 상세한 설명은 서신으로 미루고 간단히 말씀드리면, 원래 파슨스도 사회학의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회이론의 구성을 규범주의적 행위이론에서 출발하지만 후기로 가면 기능주의적 체계이론으로 넘어갑니다. 행위이론에서 생활세계의 구조적 요소인 문화, 인성, 사회는 체계이론에서 각각 문화체계, 인성체계, 사회체계로 해석되며, 각 요소는 서로에 대해 환경이 되고, 각 체계의 발달 수준은 환경에 대해 체계가 관철할 수 있는 자율성에 달립니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파슨스는 '기술적으로 엄격한 체계 개념을 사회이론적 고찰을 위해 유용하게 만든 최초의' 학자입니다. 1940년대 말 인공두뇌학이 사회과학적 기능주의를 표현하도록 도입되기 전에 파슨스는 체계이론의 주요 범주를 발전시켰다는 겁니다. 루만의 경우는 인공두뇌학 외에 생물학, 심리학 법학 등 그야말로 제 학문 영역의 성과를 자신의 이론에 동원하면서 그야말로 통섭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질문 : 파슨스 체계이론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다양한 학문 영역간 투과를 거쳤다"고 했는데 예를 들면 어떤 영역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