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2011년 7월~2012년 1월 독서 목록

제임스 M. 케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1934) 이만식 역(민음사, 2011, 1판 8쇄).
토마스 하디,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1894/1912) 정종화 역(민음사, 2009).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Et dukkehjem 안미란 역(민음사, 2010, 1판 1쇄). 
허균,『홍길동전』김탁환 옮김/백범영 그림(민음사, 2009, 1판 2쇄).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5쇄).
노먼 메일러 『아메리카의 꿈』: 엉망의 번역문을 악전고투로 읽고 나니 남는 게 없음.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의외로 지루함. 읽다가 맘.
김용철,『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2010, 초판 10쇄).
이삼성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한길사, 2010, 1판 4쇄).
최윤,『첫만남』(문지, 2005) : 참 어렵고 복잡한 내면의 작가다.
마리-모니크 로뱅의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레, 2009) : 일부만 읽음.
단테, 『신곡 : 지옥편』La comedia di Dante Alighieri-Inferno 박상진 역(민음사, 2011, 1판 11쇄) : 아무래도 이런 고전은 한글로 읽는게 가독성을 떨어지게 하는 듯. 일부 읽다가 맘.
허남석과 포스코 사람들,『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김영사, 2009, 1판 13쇄)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박현섭 역(민음사, 2008, 1판 20쇄).
니콜라이 고골,『타라스 불바』조주관 역(민음사, 2010, 1판 2쇄).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김형철 역(서광사, 2002, 1판9쇄) : 일부 읽음.
황순원, 『神들의 주사위』(문학과 지성사, 황순원 전집 10, 2003년 재판 3쇄).
김원일, 『마당깊은 집』(문학과 지성사, 2008, 재판 10쇄).
임철우, 『아버지의 땅』(문학과 지성사, 2007 13쇄).
헨리 제임스, 『데이지 밀러』최인자 역(임프린트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9 초판 1쇄). 
김어준/지승호,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 초판 25쇄).
김원일, 『전갈』(실천문학사, 2007, 초판 1쇄).
존 스타인벡,『의심스러운 싸움』In Dubious Battle 윤희기 역(2006, 보급판1쇄)  : 오늘부터 읽기 시작.

 
2012년 독서 계획 

1.와부도서관 서고를 점령한다.
2.국내 소설을 중심으로 읽되, 괜찮은 외국 소설도 곁가지로 본다. 
3.소설이 질리면 비소설을 본다.
4.시간 여유가 되면 가능한 원서도 구해서 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이 소설에서 강치무, 강천동, 강재필로 이어지는 3대는 한반도 100년의 역사를 관통한다. 조부는 일제 강점기에 밀양에서 연해주로 넘어가 광복군 활동을 펼치다 '자유시 참변'이라는, 러시아측에 의한 대한독립군의 몰락으로 일본군에 검거됐다가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의 생체실험 731 부대 초병 보조원으로 일하게 된다. 여기서 알게된 조모 김덕순과 연을 이뤄 강천동을 낳고, 해방 후 조모의 처가인 두만강변 도시 회령에 정착하려 하지만, 일본군 부역에 대한 눈총으로 밀양으로 낙향한다. 해방 후 영남일대에도 거세게 일어난 좌우 갈등의 과정에서 강치무는 좌익활동에 가담해 빨치산 활동에 전력함으로써 자신에게 드리워진 일제 부역의 그림자를 지우려 하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나 영남 일대의 좌익에 대한 검거 열풍(보도연맹 사건)이 거세게 일자 결국 경찰서에 있는 친가의 도움으로  거제도의 중공군 포로수용소 통역관으로 일신을 건사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낚시질 등으로 세월을 보내다 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은 또한 일제 하의 특정시기 오점을 간직한 이 독립군 전사의 후예들을 통해 현대사의 이면을 비추는데,  강천동을 통해서는 박정희 시대 경제 발전 계획에 따라 건설된 산업도시 울산의 형성과정을 밀양과 같은 농촌에서 유입된 빈곤층의 관점에서 보여주며, 강재필은 시대의 변화에 몸을 맡겨 격렬히 부침을 거듭하던 부친의 학대에 몰려 어두운 학창시절을 지나 범법자의 길로 들어선다. 소설은 이 삼대의 이야기를 기본적인 뼈대로 놓고, 막 출감한 강재필의 이동 경로에 따라 이야기를 시간적 연속에 구애받지 않고 전개된다. 

한국전쟁에 관한 소설을 많이 남긴 작가답게 이 소설은 역시 한국전쟁, 그러니까 이 전쟁의 원인과 결과로 지목된 한반도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특정인, 그러니까 이 소설의 나래이터이자 주인공인 강재필의 이야기를 작가가 대필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의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강재필이 실제 인물이 아니더라도, 소설의 창작은 얼마든지 사실의 자료를 통해 이야기로 가공할 수 있는 것이며, 작가는 이런 점에서 탁월한 이야기 솜씨를 보여준다.  

전쟁이 일어나면 성인 남자들은 아군이든 적군이든 전선으로 몰려 가고 부녀자와 아이들, 노약층은 고향에 남거나 피난을 간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원심분리기가 가족을 갈갈히 찢어 놓을 뿐만 아니라 삶을 위한 굴육감을 안겨준다. 종전 후에는 살아가기 위한 생활 전선이 세대를 아울러 걸쳐진다. 생체실험부대의 끔찍한 고문을 운좋게 피하고 살기 위해 부역을 했다가 목숨을 건사한 조부에 이어, 아비는 산업화의 밑바닥 일꾼으로 나섰다가 장애를 입고, 자신이 받은 장애에 대한 보상심리와 범죄적 욕망이 결합해 또 다른 가족을 이룬다. 여기서 자라난 재필은 건강히 성장할 수 없었으며, 조울증을 평생 겪게 된다. 재필은 두번째 수감 생활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조울증의 뿌리를 캐기로 결심한다. 이 뿌리에 바로 한반도민의 보편적 경험이라고 해야할 시대의 격동과 고통이 펼쳐져 있다. 일제강점과 반쪼가리 해방, 좌우대립,전쟁, 30년 이상 지속된 독재권력, 그리고 이명박. 숨가뿐 현대사의 고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느 라디오 광고처럼 기적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서 다소 특이한 점은, 현대사의 굴곡에 뒤얽힌 가족사라는 점에서 볼 때, 조폭과 연루된 강재필 주변의 신상 이야기는 만만치 않은 이 소설의 주요 서사를 이끌어가는 예인선 역할을 할 뿐, 이 소설의 주도적 흐름과는 무관한 이야기로 비춰지는데, 결말 부분  나회장과의 면담에서 이 두 사람의 엇갈린 가족사가 드러나면서 소설은 유기적 구조를 갖추게 된다.        

등장인물 : 강재필, 나상길 회장, 안나, 명희 누나, 영배, 최주임, 허군, 김부장 외 다수 

텍스트 : 김원일, 『전갈』(실천문학사, 2007, 초판 1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TAG 김원일
지난 주에 직장 후배에게 빌린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었다. 조바넬리 같은 놈이라고 했더 말 취소한다. 그 옛날 강준만이 김대중의 집권을 위해 집필했던 바 처럼, 김어준은 이명박이라는 초대형 쓰나미 이후 집권 가능성이 어렴풋이 보이는  범민주 후보 문재인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시작은 조국의 『진보집권 플랜』의 보론 형식이며 조국의 대중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 타진으로 나가지만, 사실 김어준의 이 책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조국의 진보 집권 전략을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리라이팅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주요 내용은 우파와 좌파에 관한 김어준 식의 통섭적 설명과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우파의 전형적 사례인 이명박의  BBK(도곡동 땅 매입과 이 땅의 포스코 매각->다스 투자->BBK 투자)사건과 조단위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결사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된 삼성 지배구조의 3대 세습, 그리고 이런 우파의 돈에 대한 순진무구한 욕망에 비해 죄의식과 의무감에 사로잡힌 찌질한 진보에 대한 김어준 식의 투박한 투정. 이외 기억할 만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삼성은 불매운동으로 공격할 것이 아니라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할 수 있는 정권을 탄생시켜야
-검찰개혁은 검찰총장 이하 검사동일체의 조폭체계를 허물고 각자가 양심에 따라 수사할 수 있도로 해야 하며, 역시 생활인인 그들에게 안정된 퇴직 이후의 삶을 보장해 줘야
-북한의 3대 세습에 관해 노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한 정치적 판단이다. 앞으로 20~30년 내 통일을 전망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해 둔다면. 통일은 세대간 비용전담 문제이긴 하지만 통일로 서울에서 파리까지 도보로 여행할 수 있다면 삼면이 바다와 휴전선으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사는 섬 소년에게 확장된 인식체계를 선물해줄 것이다.

몇 가지 생각 나는게 있지만 여기까지. 이명박, 더 나아가 박근혜에 대한 김어준의 공격은 탁월하지만 진보정당을 종교공동체나 수도원 공동체 식으로 처리해 버리는 말에는 물론 진정성이 없다. 전 세계 노동자가 단결하는 시대가 아니라 국민의 욕망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해줄 정치인을 김어준이 그린 점에서 그는 또 다른 이명박을 기대하는 걸까? 인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의 정치판이 현실인 것은, 결혼은 가짜고 이혼은 진짜라는 그의 말처럼 공고한 현실이다. 사회를 변혁시키려는 노력 전체를 대권 판도라는 프레임으로 후려치는 이 책은 여전히 '씨바'를 외치며 찍혀 나가고 있다.      

김대중을 합리적 보수로 보는 김어준의 스탠스는 자유주의적 보수 언론인의 상에 가깝다. 돈이 아닌 특정한 가치, 예를 들어 명예나 정의라는 가치에 목숨까지 걸 수 있는 것이 김어준이 이해하는 보수이며, 이명박이나 한나라 똘마니들은 보수진영이 아니라 양아치일 뿐이다. 스스로 노빠임을 자임하는 그에게 진보는 아직 세상물정을 논리로만 풀려는 아이들로 보일 뿐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유시민을 위해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한 심상정의 결단에서 대중정치인으로서 단독자의 [권력]의지, 대중과 비로서 연애를 하려는 감수성을 읽었다며 반기는 그의 관찰력은 잠룡의 움직임에 민감한 예지력을 발휘하며 킹 메이커가 되고자 한다. 노무현의 노제 때 소방차 뒤꽁무니에서 눈물을 닦으며 노무현을 죽인 세끼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공분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 : 김어준/지승호,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 초판 25쇄).
*1쇄 : 2011년 10월 5일...25쇄 : 2011년 10월 29일...하루에 1번 꼴로 찍어내는 셈.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헨리 제임스의 『데이지 밀러』를 읽었다. 그제 도서관에서 일부러 이 얇은 책을 대출한 것은 어제 어떤 녀석에게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빌리기로 했던 이유였는데, 이 녀석이 어제는 물론 오늘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입을 닦는다. 이 소설에 나오는 조바넬리같은 놈이다.

영미 문학에서 꽤 유명한 작품으로 손꼽히나 본데, 내가 보기엔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이라는 두 고래 사이에서 자유분방한 바람둥이 아가씨의 수난기 정도의 평이한 소설로 밖에 안보인다. 그러니까 이 아가씨는 구대륙과 신대륙의 문화적 온도 차이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고 할까?
 
펭귄클래식에 나온 이 책은 해설이 본문의 1/3에 해당한다. 신기의 의미부여다.

텍스트 : 헨리 제임스, 『데이지 밀러』최인자 역(임프린트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9 초판 1쇄).

등장인물 : 윈터본, 데이지 밀러, 랜돌프, 밀러 부인, 유제니오, 코스텔로 부인, 조바넬리, 워커 부인 외.
장  경 : 스위스의 브베, 로마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김원일에 이어지는 전쟁 이후 세대로 80년대 초반 조용한 공감을 일으켰다는 임철우의 소설집 『아버지의 땅』을 읽었다. 11개의 단편 중 4개의 작품은 한국전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전쟁문학이면서도 서정성이 짙다.
 
<곡두 운동회> : 좌우의 광기어린 대립을 우화화 한 작품. 이런 광기는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피의 선택』에서 소설의 제목처럼 소피에게 두 남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명령한 아우슈비치의 미치광이 장교의 광란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새벽> : 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대한 또 하나의 우화.  최인훈의 『광장』에서 이명준의 공간을 마음대로 침범하던 낯선 자들의 무례한 횡포가 위층에서 일어난다.
 
<아버지의 땅> : 아버지가 전쟁중 월북한 54년 생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다. 금강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태백산맥은 한국전쟁의 허리 봉합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대남에 있던 공산 잔류의 월북을 위한 주요한 루트였다. 강원도 산간에 있는 한 마을은 이 산맥의 줄기가 급경사를 이루는 낭떠러지로 험난한 지형을 이루는데, 이런 지형탓에 마을주민은 빨치산과 국군 양 진영으로부터 길지기로 동원된다. 기동훈련을 하던 두 병사가 참호를 파다가 발견한 피피선에 묶인 유골은 월북을 하던 빨치산인지 이 동네의 주민인지 알 수 없다. 마을 어른의 북어와 소주로 제를 받은 이 유골은 작가의 아버지일 수도 있다. 유골은 결국 무언가를 말하고 있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사평역> : 단편영화로 만든다면 매우 아름답게 연출할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각색해 장편으로도 충분히 연장할 소재를 갖추고 있다. 톱밥 난로의 온기에 모여 앉아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2시간이나 연착되는 완행열차를 기다리면서 삶의 애환을 찢어진 북어 쪼가리를 나누며 털어 놓는다.

<뒤안에는 바람 소리> : 인민군 점령 시기 빨갱이 앞잡이로 고향 마을을 휩쓸던 마을 친구들은 상황이 역전되자 산으로 피신하고, 마을 후배 을석을 통해 식량을 지원 받으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을석의 어미는 이미 을석이 밤마다 어디에 다녀오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이 탈출하기 전날 밤, 어미가 잠들어 있는 을석을 놔두고 지서에 다녀왔을 때, 사실 을석은 자고 있지 않았다. 흰 옷을 입고 광풍으로 몰아치는 뒤안의 바람은 출애굽을 앞둔 유대민족의 집에 불어 닥치는 죽음의 광풍처럼 피를 갈구 한다. 결국 문앞에 피를 묻혀 놓아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듯이, 어미는 서로 간 것이다. 

<어둠> : 임신중 교통사고로 소아마비 아이를 치여 숨지게 한 부부의 이야기. 여인은 속죄를 하듯 사고장소의 공원으로 나가 무너진 삶을 한탄하는 낯선 사내에게 아이를 갈망한다. <그 밤 호롱불을 밝히고>에서 미친 여자가 분만한 아이와 같이.

<잃어버린 집> : 건장한 남편과 어여쁜 아내, 그리고 딸. 이렇게 세 명의 핵가족이 임철우의 이 단편집에서 전적으로 나오는 가족 형태이다. 채석장이 들어서면서 마을은 물론 이 가족에게도 불운이 닥친다. 해갈이를 하던 집의 감나무는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아이가 집을 떠난 이후로 매해 진홍빛 감을 깊어가는 가을에 주렁주렁 늘어 놓으며 익은 감을 낙하시킨다. 삶의 아픔이 이렇게 달콤할 수 있는가. 

<그 밤 호롱불을 밝히고> : 무등산으로 도주한 좌빨 무리에게 소개된 산자락의 한 초가에서 불빛이 보인다.  소개령을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온 어미는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러 온 것인데, 이 어미의 뒤를 쫏아 미친 여자와 군대가 따라올 줄은 생각도 못하고 어미는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 무등산으로 도주한 아들이 돌아온 줄만 안다. 호롱불빛이 세어 나오는 집을 보고 마치 불나방처럼 달려든 아들은 또 하나의 생명이 잉태되는 집 앞에서 쓰러지고 만다.
 
<개도둑> : 불운한 가족사의 애환을 품에 안고 큰 아버지 댁에서 자란 주인공은 역사에 근무하다가 아버지의 묘지가 장마로 범란한 강발에 휩쓸려 가버렸다는 전갈을 받는다.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해 못견뎌하던 어머니는 강원도 탄광 어느 대포집으로 떠나 버렸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주인공에게 이 비극의 운명은 전쟁의 참화와 다르지 않다. 불이 일어나는 개의 눈빛에서 광기어린 아버지의 눈빛을 읽은 주인공은 개를 안고 뛴다. 강에 흩어져 흘러가 버리는 아버지의 잔골을 수습하는 것이다. 

<그물> : 석유파동에 따른 경제한파로 무역회사에서 퇴출을 당한 미스터 김은 25층의 빌딩에서 벗어나며 마치 그물에서 자신이 빠져 나온 것으로 생각하지만, 주인에겐 고분고분하면서도, 과자까지 상납하며 저자세로 나오는 세든 사람에겐 사납게 짖어대기만 하는 개 한 마리도 어쩌지 못하는 소시민의 운명을 발견한다.

<수박촌 사람들> : 신흥 부유 주택단지인 행복동에 사는 남자들은 씨없는 수박이란 소문의 진상에는, 마을 통과하는 시내버스가 동네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근거로 항거를 나온 이 동네 아줌마들의 힘이 있었다. 

출판이력 :  1984년 초판(문학과 지성사), 1994 15쇄, 1996 재판, 2007 13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