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온지 한달이 되어 간다. 예상 외로 일상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데, 이렇게 언어가 안될줄은 생각도 못했다. 여기서 나한테 담배를 달라고 요구한 사람이 지금까지 3명인데 이들의 말도 알아듣지 못했고 맥락으로 이해했을 뿐이다.
며칠 전 일요일 늦은 밤에 한창 비가 오고 있어서 새로 이사온 주거지의 대문 밑에서 담배를 피웠다. 공동 주거지의 대문은 마치 조선시대 대궐의 문처럼 크고 매우 육중한데 그 위가 처마 처럼 되어 있어 피를 피하기 좋았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인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지나가다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람이 있는 줄을 몰랐던 것이다. 서로 겸연 쩍어 하며 소리 소리를 했는데 내 앞을 지나가던 이 여성이 되돌아와서 나에게 담배를 한대 요구하면서 손지갑을 열려고 했다. '나인 나인'하면서 그냥 담배를 한 개비 줬다.
사실 소통의 어려움 보다는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 일을 해야 소통도 하고 새로운 사람도 알게 되는데, 외지에서 백수생활을 한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내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 하루를 보내지만 그런 공백감 같은 감정이 자꾸 밀려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백수 생활이라는게 17년 만이고, 그것도 여기 외국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술 한잔 하면서 얘기를 나눌 친구도 없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일이 없으면 인간은, 나는 견딜 수 없는 것인가? 그것이 고국이든 외지이든 있는 현장을 떠나서. 결국 현재 상태의 마음의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