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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10월, 워싱턴에서 있었던 베트남 반전 시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뒤섞인 듯한 독특한 다큐문학이다. 특히 이 소설은 MB 집권 초반기에 들불처럼 예언적으로 일어난 2008 촛불시위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반전 시위의 주동자급이자 내부 관찰자로서 메일러는 시위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듯한 미지의 세계로 돌입해 가지만 내적으로 크랙이 발생하는 조짐을 읽는다. 하지만 인간 사이의 분열에 비해 일본 도호쿠의 지진이 보여주듯 저 자연이 일으킨 지각의 균열은 얼마나 경악스러운 위협인가.    

"멋진 전문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메일러는 자신의 일과 관련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고무됐다. 섹스와 미식축구가 아주 흡사해서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의 성적 욕망이 강하듯이, 메일러는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글 쓰는 작업과 비슷해 그것을 즐겼다. 이건 너무 지난친 대비일까? 작가의 의식을 넘어 어떤 낱말이나 어떤 구절 속에 숨겨진 것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바로 그 순간에 대부분의 글이 민감하게 쓰인다는 걸 생각해 보라..ㅣ..대중 속에서 이야기하는 기쁨은 은총이 제공하는 감성이다. 쏟아 내는 말에 따라 더 나빠지기도 하고 더 멋지게 보이기도 하며 청중과 연사 사이에서 떠도는(이건 잘 되는 경우들인데) 실존적 진실의 약속, 진실하구나라는 느낌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멀이지기도 한다...공감이 지속될 때 즉시 전략적 선택이 따라야 하고, 그런 순간에 연사는 자신에게 도박사의 피가 흐로고 있음을 인식한다."

노먼 메일러, 『밤의 군대들』권택영 역(민음사, 2007, 1판 1쇄), 52-53면.  

"맨 처음 불을 뿜는 전선[2차 세계대전 중 필리핀의 군도]으로 걸어 들어갔던 때, 다치는 한이 있어도 그건 인생의 어느 때보다 더 마음에 드는 순간이었다. 이후 벌어진 조그만 격돌은 그보다 못했지.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싸우느라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몇 달만 지나도, 싸움은 마음에 안  들게 된다. 피로가 누적되고, 열대지방의 내장은 들끊고, 끝없이 진흙 속을 걸어야 하고, 누가 죽든지 살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 첫 입김 ㅣ 은 아직도 생생하다...ㅣ...이 대군의 모습[펜타곤 시위에 각양 각색의 복장으로 모여든 사람들], 수천 가지 복장을 하고 모여든 군대는 곧 우리 장군의 전쟁에 대한 가장 오래된 이상을 완성했다. 장군은 싸움터에 나가는 자는 모두 각자 마음에 드는 복장을 하고 오라고 했다. 그것이 참전하는 사람의 권리이며, 다양성이 있어야 싸움에서 땀 흘리고 싸우는 자들의 열정이 다치지 않는다는 것이다.(오늘 여기 모인 수천 명은 줄무늬 재킷, 코르텐이나 멜빵바지를 걸쳤다. 공격 준비 완료!)"

상동, 143~144, 1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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