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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전집 2편인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시보다 재미있는 글같다. 생활인의 감각과 잡기 뿐만 아니라 문학판에 보폭이 넓던 김수영에게 비추인 동시대 문인들에 평가도 볼 만하다. 그 당시 이미 고인이 된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을 현대어 감각을 상실한 인간으로 몰아붙이는 산문의 말미에 그에 대한 치기어린 우정도 보인다. 이어령과의 지상논전은 요즘세대의 댓글논쟁에 못지 않다. 젊은이들이 종로 뒷골목에서 값싼 술을 마시며 문학과 세상을 논하지 않는 세태는 잘못된 것이라며 동네 술친구와 노닥거리는 그는 마치 친근한 40대 동네 아저씨의 풍모를 보이지만, 몹시 피로해 보인다. 시대의 폭정에 짓눌렸고 글쓰는 생활의 폭압에 시달리며 돈안되는 양계나 날림 번역의 유혹도 넘나드는 시인에게 시는 세파를 가르는 닻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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