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밀서 : 순진한 바램

서술 Beschreibung 2008. 2. 20. 11:3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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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침략을 알리는 고종의 밀서가 발견됐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무력한 괴뢰 군주가 신에게 갈구하는 듯한 호소는 결국 다른 제국주의 국가가 조선을 점령해 달라는 애원으로 들린다. 참으로 부끄럽고 참혹한 문서다. 끝까지 조선을 지키려는 외교적 노력으로 봐야 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싶겠지만, 어설프게 굴다가 무장해제를 당해 포로가 된 병사가 비밀리에 보냈다가 아무런 응답없이 후일 남겨진 지원요청서와 무엇이 다른가. 누가 다른 나라의 지배를 즐거워하며 받아들이는가.  파탄난 왕조를 끌어안고 싶어하는 한 개인의 궁핍하고 순진한 내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을사녹약(1905) 원천무효 주장 전문 참고 :“ 짐(본인)은 대덕국(독일)의 호의와 지원을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짐에게 파국이 닥쳐왔습니다. 이웃 강대국(일본)의 공격과 강압성이 날로 심해져 마침내 외교권을 박탈당했고 독립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늘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짐은 폐하(빌헬름 2세)에게 고통을 호소하고 다른 강대국들과 함께 약자의 보호자로서 본국의 독립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폐하의 우의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짐과 조선의 신민은 귀하의 성의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을 하늘에 두고 맹세합니다. 광무 10년(1906년) 1월 경운궁에서. 폐하의 좋은 형제.” <독일 외교부 정치문서 보관소>
 
고종의 이런 바램은 결국 40년 후 미소 양대 강국의 전략적 절충의 일환으로서 실현될 수 있었다. 이것이 한반도의 또다른 불운의 계기가 될 줄은 이 뒤떨어진 왕조 일가는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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