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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작가의 포경선 체험에 바탕한 19세 초반의 탐험 소설이다. 당시 유럽과 북미의 실내등에 들어가는 기름의 공급처는 전세계의 대양을 누비는 포경선단으로서, 포경선의 목적은 3~5년에 걸친 장기 항해를 통해 포획한 고래, 그 중에서도 향유고래에게서 짜낸 기름통을 가득 싣고 귀항하는 것이었다. 오랜 항해 기간 동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기항도 없이 물자는 소비되고 배밑 창고엔 정유된 기름통이 싸이며 기름을 짜낸 고래의 지육은 바다에 버려진다. 분명 근대 문명기 고래잡이의 실태를 관찰하기에 더 없이 유용한 자료이면서, 고래를 둘러싼 작가의 온갖 상념과 방대한 조사, 이와 연관된 지식이 총망라되는 소설이다. 대학을 다녀본 일이 없는 멜빌은 고래를 통해 세상의 거대한 지식을 엮어 내려 한다. 그에게 포경선의 용골은 삶의 수단이자 총체적인 앎의 전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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