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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간노동

단상 Vorstelltung 2022. 9. 25. 17:3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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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글에서 나는 '반도체와 노가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반도체'와 '노가다'는 내가 일하는 현장과 밀접히 관련된 용어이기에 이런 제목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지 모르지만, 이런 반도체 현장이 결국 자동화와 AI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노가다'로 통칭되는 건설노동은 물론 여타의 인간노동 시장을 자동화 기술이 침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목을 달리해 'AI와 인간노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전개해 본다.

얼마 전, AI가 그린 그림이 공모전에 수상을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작가가 몇 개의 주제어를 제시하면 그림의 완성은 AI가 담당하는 식이다. 이것은 오래 전 논란이 됐던 조영남의 대작 사건을 연상시킨다. 아이디어는 작가라는 디렉터가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그가 고용한 서브디렉터의 일이었다. 이렇듯 AI는 단순노동을 넘어 산업계 전반은 물론 문화 예술계의 실무에도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엄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계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지 구별이 가능한지 묻는 튜링 테스트를 AI 판사가 행한 판결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제소된 사건에 대해 심판을 하는 판사의 존재에 장막을 쳐 놓고 보면, 이 판결이 AI가 한 것인지 휴먼 판사가 한 것인지 구별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서 도회지의 공작 영애 카린을 연모하는 시골 귀족 레빈이 여름 한 나절, 자신이 고용한 일꾼들과 함께 드넓은 초원에서 고된 풀베기를 하루종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육체적 노동의 희열감은 AI의 전면화로 사라지는 것일까? 이런 희열감은 굳이 노동에서가 아니라 노동 밖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AI로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에 처한 사람들에게 AI세로 걷어들인 세금으로 기본소득을 줘야 할까? 아니면 AI로 산업의 재편이 이루어져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날까? 이것은 기능적인 필요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지만 적정한 고용율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필요로 고안될 수도 있다. 기계가 세금을 내지 않는 이상 국가는 세수를 위해서라도 적정한 수탈과 재분배를 하기 때문이다.

잉여를 발생시키는 것은 비대칭적 양상에서 비롯되지만 이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대칭적 양상이다. 주식의 정보 흐름이 비대칭일 때, 예를 들어 특정 주식에 대한 정보가 특정 소수에게만 알려져 있을 때 수익은 이들에게 집중될 수 있지만, 정보가 대칭적이라서 누구나 알 수 있게 된다면 수익은 고르게 분산되거나 실종된다. 루만에 따르면 존재 양상은 비대칭적이지만 논리는 대칭적이다. 논리는 비대칭성을 대칭성으로 무력화시키는 점에서 기계에 가깝다. AI의 시대에 비대칭성을 고수할 수 있는 직업이나 활동은 무엇일까? 그런 것이 있기나 할까? 어려운 숙제지만 또 다른 도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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