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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부활

책들 Bücher 2022. 7. 17. 21:3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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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출구를 향해 어둠의 터널을 묵묵히 걸어가는 듯한 이 소설을 1년여 넘어서야 일독했다. 복음서의 원용으로 소설을 마무리짓는 톨스토이의 주제의식은 아무도 인간을 정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범죄자를 처단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는 것이지만, 분명 범죄소명이 불분명했던, 그래서 아무 죄도 없이 감옥을 전전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던 범죄자들 보다 범죄를 관리하는 관청이 더 악랄했던 당시 러시아와 달리 지금 시대에서 이런 주장이 얼마나 적절할까? 어린 시절 한 젊은 귀족의 소행으로 나락으로 전락한 부정한 한 여인에게 사법당국이 부조리하게 옭아 맨 죄의 덫은 사회 지배기구의 부조리한 모든 악행이 누적된 결과일까? 복음서에 의존해서 사회를 바라보기에는 현대 사회는 너무 복잡해져 버렸다.

다만 한가지 공통점을 든다면, 죄악 자체 보다도 죄에 관한 의식 내지 관리가 여전히 더 부곽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죄가 없어도 죄를 덧씌울 수 있었다면, 현대에는 죄라는 사실 보다도 이 사실에 대한 태도 내지 관리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런 관리에 따라 죄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흔한 말로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이런 생각을 예시하지만, 더욱 복잡해지고 정교화된 사법기술이 이런 기능을 대변한다.

도스트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모티브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이 소설에서 여주인공 미에슬로바가 네홀도르프의 도움으로 형사범이 아닌 정치범과 함께 수감되고 이감되는 과정에서 톨스토이는 자연스럽게 여러 혁명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조주의적이고 인간적 신뢰가 결여된 혁명가도 있는 반면에 모든 불편과 부조리한 관행에 앞서 맞서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혁명가도 있다.

전쟁을 겪고 전쟁에 관한 소설도 썼으며 러일전쟁을 비판하고 평화를 외치고 실천했던 톨스토이가 현재의 러시아를 본다면 뭐라고 했을까? 너무 위대하면서도 너무도 비천한 제국의 몰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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