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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2 대학과 시장

대학과 시장

서술 Beschreibung 2009. 9. 2. 09:2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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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대학의 진중권의 강좌 폐쇄에 대한 성토가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한국대학의 현주소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대학이 무슨 정부기관인가?  비록 국립대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담합하듯이 한 강사의 강좌를 폐쇄시키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본질로 하는 대학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상이다. 단지 강좌 폐쇄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 아니라, 마치 정부기관처럼 대학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게 놀랍다. 또 다른 한편으로 대학들은 역시 담합이라도 하듯이 비정규직 강사들을 내쫒고 있다. 하긴 한국 대학들이 내세우는 학문의 자유는 겉포장일 뿐이고, 자율화된 입시를 통해 우수 인재를 뽑겠다는 자유만이 팽배해 있다. 입시훈련으로 식민화된 학생들은 대학에서 재생산의 과정을 거칠 뿐이다. 

과거와는 달리 운동의 구심점을 상실한 대학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로도 보인다. 운동의 구심점이 없이 개별화된 학생들은 등록금과 복지에는 집단적 관심을 보일지 몰라도 그 외의 문제는 외면하기 쉽다. 물가상승률에 비해 과도하게 치솟는 등록금은 물론 중요한 문제다. 그렇지만, 진중권과 대학강사의 사태가 보여주는 바처럼, 대학의 자의적인 행정처분이 학생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관철되는 것은, 대학의 관료적 행정이 개별화된 학생들을 더이상 동의를 거쳐야 하는 소통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현상이다. 

대학의 고전적 이념을 들고 현사태를 비판하는 것은 너무 고고해 보이기도 하다. 대학도 시장의 한 부문으로서 이제 수익사업을 도모할 수 있는 기관으로 변태하려고 발버둥치는 시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교육도 일종의 교환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여기에 경제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중세의 면죄부처럼 졸업장이나 관련 인증을 단기에 판매하고 유통시키는 형태로 사업을 전환해 자본의 이동의 촉진시키는 것도 대학의 선진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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