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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1979) 중에서

책들 Bücher 2010. 10. 19. 09:4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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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첫번의 예였으나 그 이후 헤아릴 수 없이 그러한 연속들을 보았다. 강자들에게 속하고 싶은 욕망은 실로 억제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 얼마나 많은 전장에서 항복의 위협을 받는 자들이 자신의 깃발을 바꾸었던가."

슈테판 헤름린,『저녁노을Abendlicht 박소은 역(당대, 1995), p.52.

"세 권의 책을, 매일 읽고자 노력했고,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며, 전쟁에도 체포령에도 항상 간직하였다. 휄더린 한 권, 쉘리 한 권, 그리고 보들레르 한 권. 그것이 내가 소유하던 장서의 전부였다."

상동, 103.

김나지움에 다니던 16세의 소년이 거리에서 백수상태의 공산주의자들이 즐기던 정치토론을 듣다가 거리에서 입당 서명을 하고, 이 서명을 황혼기까지 지켜나가는 집념은 시대의 정황을 변명으로 한 변신들과 대비된다. 그의 집념은 때로는 너무 완고해서 스탈린에 대한 상찬으로까지 이었졌다. 스탈린은 야만의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야만이었다는 것이다. 소련에 대한 헤름린의 이러한 호의적 평가는 그와 마찬가지로 반프랑코 투쟁을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던 조지 오웰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전체의 자유로운 발전의 전제조건이라고 나오는 공산당 선언의 한 구절을 그 반대로 읽은 소년의 오독은 자신의 부유한 태생적 계급을 넘어서려는 행위였다. 수십 년 후 작가는 사회적 갈등의 최전선에서 이 오독 속의 개인을  발견한 것이다. 전후 동독에서 루카치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의해 전위예술이라고 이단시됐던 카프카,엘리엇,조이스,푸르스트를 옹호했던 작가는 사회주의의 본성이 사회주의의 박제화가 아니라 "스스로 언제나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95년도에 국내에서 첫판의 번역본이 나오고 자취를 감춘 이 책은 그 때만큼이나 지금도 조용히 읽히고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이런 책을 보는 것이 사치였고, 지금은 이런 책을 읽는 일이 향수로 그려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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