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자연농법'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7.15 무위의 농법 :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법 2
반응형
읽은 책 : 가와구치 요시카즈, 최성현 역『신비한 밭에 서서(들녁 2004, 초판 2쇄)

유기농법이라는 말은 널리 회자되고 있으나 자연농법이란 말은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나도 몇 번 이에 관해 생산자에게 들어본 적은 있으나 별로 가능성 없는 농법으로 봤던것 같다.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자연농법의 철학을 일구었다면, 가와구치 요시카즈는 실제 농사와 결합된 자연농법의 실제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 책의 내용은 사실 무위의 자연관을 표방하는 문학에 가깝고, 오직 장별로 수록된 충분한 사진들이  자연농법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지은이는 가업으로 농사를 물려 받았는데, 한때 젊은 시절에는 미술에 심취했었다. 관행농으로 농사를 짓다가 농약과 제초제의 폐해를 실감하고 농약과 제초제는 물론, 비료나 퇴비도 주지 않고, 밭을 갈지 않는 이른바 무경운 농법을 하면서 농토를 낙원으로 변모시켰다. 가와구치의 농사철학은 생명의 터전인 지표면에 최소한의 인위작용만을 가하고, 온 생명이 살아 갈 수 있게 내버려두라는 주의이다. 예를 들어, 논농사를 짓더라도, 농토에 자라는 잡초를 모두 제거할 것이 아니라, 벼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김을 매주고, 맨 김은 그대로 덮어둔다. 잡초를 제거하려고 뿌리를 뽑는 식으로 땅을 파헤치는 것을 가와구치는 지표면에 손상을 일으켜 생명의 활동에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지구의 피부에 상처를 입힌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10년간 땅을 갈지 않고 잡초는 그대로 베어 쌓아 놓기만 해도, 그 안의 농토는 온갖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살아있는 땅으로 거듭 변화해 간다는 놀라움에 기반한다. 사진상으로 논농사를 짓는 농토를 보면, 초반에는 잡초밭과 논밭의 구별이 모호할 정도로 방치된 감이 있지만, 초여름에 접어 들면 벼는 주변 잡초의 생장력을 무시할 정도로 불쑥 불쑥 자란다. 벼의 밑에 깔린 잡초는 미생물과 풀벌레의 먹이가 된다.   
 
자연에서 인간의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신석기 시대의 농경이 인간만을 위한 농업이 아니라 다시 자연에 되돌려주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주장은 퇴행 내지 반문명주의로 비춰질 수 있지만, 적어도 그의 농사현장 자체가 예술적 체험을 일으킬 정도로 감응을 준다는 것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이성중심주의의 인위적 자연관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인간의 작위를 최소화시키는 무위의 자연관이 땅에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4대강의 무참한 국토살육 앞에서 더욱 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