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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6 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

단상 Vorstelltung 2010. 3. 26. 07:0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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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에게 조선의 전래동화인 <토끼와 거북이>를 각색한 유아용 영문 동화책 The Loyal Turtle(Geni Cube, 2007)을 읽어 주다가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1.거북이는 용왕에 대한 충성을 위해 육지에서 토끼에게 사기를 친다.
2.용궁에서 위기에 빠진 토끼는 육지로 살아 나가기 위해 사기를 친다.
3.다시 토끼를 찾으러 육지로 나간 멍청한 거북이는 그래도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에 산신령의 은총을 받는다. 

한글로 된 동화책을 읽어 줄 때 내가 너무 무덤덤해 읽어줘서 아이는 지루해 하지만, 영문 동화책을 읽어 줄 때는 다른가 보다. 고 3때 할아버지 영어선생의 열정적인 낭독을 무심결에 흉내낸듯 하다.    

토끼는 거북이의 유혹에 동해서 용궁에 따라 간다. 자신의 이익에 철저한 것이다. 반면 거북이는 용왕이 죽으라고 해도 죽을 충성스러운 신하이다. 물론 거북이도 용왕이라는 조직의 수장을 이용해 출세를 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맹목적인 충성만 하지는 않을지 모른다. 정말 죽으라고 하면 죽을 시늉 정도만 하는. 하지만 토끼처럼 자신의 이익에 철저한 군상과 조직에 충성을 바치는 군상의  대조를 통해 이야기책은 순종적인 아이의 상을 제시한다.  공부 좀 못해도 신의가 있으면 세상사는데 지장없다는 정도의 교훈이라기 보다는, 토끼처럼 더 많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머리를 굴리면서도 현행의 제도에 순응하는 인간형을 추구하는 시대의 욕구가 출판기획에 담겨 있지 않을까.

또 하나의 교훈은 간(liver)의 이종간 이식을 옛날 옛적엔 감지했다는 점이다. 유전공학은 현대판 동화이다.  

토끼의 지략과 거북이의 충성에 관해 이아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주인 노릇을 할 수도 없거니와, 또 주인 노릇을 한다고 해서 하인놈들이 죄다 충성을 바치는 것도 아니거든요. 하기야 이 세상엔 굽실대며 평생 충성을 바치는 하인들도 좌악 깔렸지요. 그 녀석들은 멍에를 지고 주인집 당나귀 꼴이 되어 죽은 듯이 혹사당하면서도 그저 넙죽넙죽 주는 대로 받아먹다가, 늙어 비틀어지면 내쫓기죠! 그따위 고지식한 바보자식들은 늘씬하게 때려주고 싶어요. 이와 반대로, 겉으로는 충성을 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속셈을 차리는 자들도 있지요. 주인 양반들에게 보라는 듯이 봉사를 하면서도 빨아먹을 것은 몽땅 빨아먹고,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주인 언제 봤더냐는 식이죠. 요런 작자들이 제법 줏대가 있는 자들이예요. 당신이 로더리고인 것이 확실한 것처럼, 내가 무어인이라면 절대로 이아고가 될 수 없겠죠. 무어인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긴 하지만, 실은 나 자신을 위해서 더 그러는 거랍니다...내가 뭐 존경심과 의무감에서 그 녀석을 떠받는 줄 아세요? 겉으로는 그러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꿍꿍이 속이 있는 겁니다. 자랑삼아 흉중의 야망을ㅣ 노출시켰다가는, 소매 위해 심장을 드러내 놓고 비둘기더러 쪼아먹으라는 꼴이 되고 말죠." 
 
 <오셀로> 중 in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태주 옮김(범우사, 2003, 2판 8쇄), p.38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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