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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5 성역(Sanctuary, 1931)

성역(Sanctuary, 1931)

책들 Bücher 2010. 1. 15. 09:1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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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었다(이진준 역, 민음사 2009, 436페이지). 월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1897~1962)라는 이름을 어디서 본 듯 하여 두터운 책을 선뜻 선택했는데 읽기가 쉽지 않다. 책 뒷날개의 줄거리를 미리 봤다면 읽기에 좀더 편했을 테지만 의도적으로 읽지 않았다. 다 읽고 봤더니 완전 스포일러다. 포크너가 1950년대까지 생계를 위해 할리우드에 들락거리며 대본과 각색의 작업을 했던 전력이 있어서인지, 이 소설은 마치 시나리오같은 느낌이 든다.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세부 묘사의 면에서 카메라에 정밀하게 노출되어 있지만, 이 카메라는 마치 술이나 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뭔가 뒤틀리고 혼탁하다. 모더니즘의 문체를 파괴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게 읽힌다는 뜻이다.

1920년대 가공의 미국 남부 촌락인 잭슨과 멤피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오늘날로 보면 신문의 사회면에 짤막하게 실릴 사회병리의 하나 정도라는 충격을 준다. 당시엔 사디즘 문학으로 평가되었다고 하지만, 포크너는 전반부에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아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후반부에 가서야 알 수 있다. 사실 묘사 보다는 인물들의 행위에서 유추한 심리묘사에 집중한 것이다. 인칭에 대한 표현도 뒤죽박죽이라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는건지 의심스러울 정도고 어떤 사실인지(예를 들어 레드와 포파이가 미스 레바의 사창굴에서 했던 일) 파악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뭔가 정형화되고 분명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의미보다는 굴절되고 마비되고 뒤엉킨 남부의 현실을 반영한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비교하면, 시종일관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다. 

역자는 포크너 소설의 중심무대인 잭슨시가 가공의 도시라고 했는데, 미시시피에는 실제로 잭슨시가 있다. . 1950년 포크너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삶을 개척해 가는 흑인들이 그려지지만, 『성역』에서는 도착적인 백인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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