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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6.18 일당 용역

일당 용역

단상 Vorstelltung 2022. 6. 18. 07:1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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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현장 업체를 변경하면서 열흘 가까이 공백이 생겨 일당 용역을 한주 나갔다. 1년여 만에 나간 용역 현장에서는 몇몇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기도 하는 가운데, S사의 세계최대 반도체 공장 시설이 들어서는 P시는 더욱더 일할 현장이 넘쳐나는데다 일당도 1만원 인상됐다. 작년에는 주로 아파트 현장이었는데, 올해는 이런 아파트 현장에 더해 토목현장도 더 늘어났다. 그만큼 산업과 주거용의 기반조성공사가 한창인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점을 알지 못했는데, 하루 하루 용역에 나가다 보니 함께 특정 현장에 가게된 용역 사람들과도 연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당일 업무를 개시하고 끝나는 시점까지만 유효한 것이다. 한분 한분과 대화하다보니 S사 때문에 P시에 왔다가 거의 이 도시에 정착해 가는 분들이 꽤 됐다. 세계적 공급망과 연결된 거대생산시설의 산업파급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첫째날은 LH 도시공사의 제방 토목 현장에서 일했다. 거의 사막같은 곳에 오아시스처럼 우수가 모아진 곳에서 매쉬망을 펴는 작업으로 일을 시작했다. 햇볕이 강했지만 바람이 시원히 불고 일하는 현장 가까이 쉼터용 천막이 처져 있고 시원한 생수통도 있어서 쉬엄쉬엄 쉬면서 일할 수 있었다. 마치 휴양시설에서 무료함에 지쳐 일을 하는 것처럼 편했고 쉬는 동안에는 일하는 사람들 간에 별의별 대화들이 펼쳐졌다.

둘째날은 산업단지 조성 공사장의 교각 토목 현장에서 일했다. 목수들이 주로 일하는 곳인데 용역은 주로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장의 각종 각목과 합판 정리 및 자재 양중과 같은 일들이다. 이 현장은 아침밥이 먹을만 했고, 현장에서 참과 물도 충분히 공급해 주는 것이 좋았다.

세째날은 용역사무실에 내가 늦게 나가기도 했고 비도 오는지라 일이 없어서 그냥 돌아왔는데,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겠냐고 전화가 왔길래 나갔다. 현장은 작년에 내가 며칠 갔었던 아파트 현장이었는데, 그때는 지하 기반 공사가 한창이었던 곳이 이제는 14동의 아파트들이 솟아난 곳으로 변했다. 여기서 장비 유도를 했는데, 유도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당은 토목일당으로 받는다. 식사 외에 휴식과 물은 알아서 챙겨야 할 정도로 하청 건설사의 젊은 직원들은 용역들에게 일만 시킬 뿐이었다. 용역이란걸 해본 적이 없고 용역을 다루데만 익숙해 졌기 때문일 것이다.

네째날은 둘째날 나갔던 토목현장에 다시 나갔다. 둘째날과 마찬가지로 세 명이 갔는데, 멤버 한 명은 다른 분이었다. 이 분도 나와 마찬가지로 업변 중에 잠시 용역에 온 경우였는데, 월세로 지낼만한 숙소가 갑자기 전세로 바뀌면서 비싸지만 열악한 오래된 여인숙으로 옮겨 지낸다고 했다. P시에서 방 구하기가 힘든 사정은 비단 외지인들의 유입 때문만이 아니라 재개발의 여파도 있다. 쓰레기 슬러지로 환경호르몬이 방출되는 콘크리트 더미들의 고층 말뚝 같은 주거 공간은 원래 목적 대로 라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효율적인 건축양식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투자대상이기에 평당 천만원 이상 투자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다.

마지막날은 세째날에 나갔던 아파트 현장이었고, 방음벽 설치를 위한 장비 굴착에서 보조 업무를 했다. 10미터 가량 굴착을 하고 파일을 박은 후 공구리를 쏟아 붇는 일은 모두 장비가 하지만 중간 중간에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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