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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6 맹자

맹자

단상 Vorstelltung 2009. 12. 6. 19:3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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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물기 전, 산책 겸 운동으로 강변을 나섰다가 마을 도서관 쪽으로 갔다. 월문천에 얼음이 반쯤 얼었는데 남자 아이들이 얼음이 푹푹 꺼지는데도 한 여름처럼 놀고 있다.  도서관의 개가 열람실에 올라가 맹자의 공손추 하편을 읽었다. 창가에 놓인 소파처럼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 읽는 게 마치 어릴 때 다녔던 만화가게같다. 만화가게같은 도서관, 이게 요즘 지역 도서관의 콘셉같다.

공손추는 맹자의 제자다. 이 대화편은 공손추와 맹자의 대담이 중심이 아닌데도 공손추라는 편명을 갖추고 있다. 마태복음이나 요한복음과 같은 맥락일까? 기억에 남는 문장을 몇개 옮겨 본다. 먼저 누구를 연상키는 이런 구절은 어느 시대에나 들어 맞을 것이다.

且古之君子 過則改之 今之君子 過則順之
또한 옛날의 군자는 과실이 있으면 이를 고치나 오늘의 군자는 과실이 있으면 이를 밀어붙인다. 

맹자가 제나라에서 벼슬할 때 노나라에 있는 모친이 돌아가시자 노나라에서 장례를 치루고 돌아왔다. 이때 관 만드는 일을 감독했던 제자 충우가 관이 너무 화사해서 예에 벗어나지 않는냐고 맹자에게 물었다. 맹자는 이렇게 답한다.

君子不以天下儉其親
군자는 천하를 위하여 그 어버이에게 검소하게 하지 않는다.

장례를 정성껏 치루는 것이 군자의 도리라는 것이다. 역시 유가의 적통다운 구절이다.

맹자가 학수고대했던 제나라 왕과의 알현을 마치고 나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음을 알고 제나라를 떠날 때, 바로 뜨지 않고 제나라 서남쪽에 있는 한 읍에 사흘간 머물렀다. 이를 두고 괜히 밍기적거린다는 비난에 대해 맹자는 사흘간 기다라는 동안 왕이 마음을 바꿔 자신의 발길을 돌릴 기회를 주기 위해서 머물렀다고 응답한다. 그럴듯한 답변이지만, 뭔가 미련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기다려주는 의례적 의식이라고 할까? 세상사가 칼로 자르듯 냉혹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런 식의 어중간한 기대심리는 마치 불벼락이 쏟아지는 소돔을 뒤돌아 본 롯의 아내, 즉 소금기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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