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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국어교과서에서 다룰 정도로 비중있다는 이 책은 서양의 대표적 고전인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기초를 두고 시대를 뒤섞으면서 이 고전의 인물들을 동원시킨다. 존 바스의 경우처럼 변주와 방식의 또다른 특이성을 보여주긴 하지만 사실 읽는 재미 보다는 중압감과 의무감으로 읽게 만드는 책이다. 루마니아의 흑해 해안가로 추정되는 세상의 끝마을 토미로 추방된 오비디우스의 행적을 찾아간 코타의 여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내심 궁금해 가며 소설을 쫓아가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소설은 나아간다. 오비디우스의 작품을 꾀고 있다면 좀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소설일 수도 있겠다. 

주요 등장인물 : 코타, 오비디우스, 키아네(오비디우스의 부인), 피타고라스, 아라크네, 아우구스투스 1,2세, 에코, 이아손(무역상), 테레우스(개똥지빠귀), 이티스, 프로크네, 필로멜라, 키파리스(난쟁이 영화기사), 티스(독일 출신 장의사), 파마(소문의 식료상), 바투스(간질병을 앓다가 돌로 변한 파마의 아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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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가 세상의 끝인 토미로 추방되어온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에 대해 코타에게 하는 말.

"돌은 존재의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 최후의 방법...ㅣ...절벽 아래의 음지나 동굴의 진흙 바닥에 평온하게 놓인 평범한 자갈은 어떤 제국과 정복자들보다 더 오래 존속할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제국의 궁전들은 황폐화되고, 왕조는 썩어 부패할 것이며, 황실의 영롱한 모자이크 바닥 장식은 집 높이만큼 쌓인 흙더미에 파묻힐 것이다. 그 흙더미에서는 엉겅퀴나 귀리마저 자라지 않을 것이다. 벌레와 구더 ㅣ 기가 득식거리는, 구역잘나고 악취 나는 유기체의 부패 과정에 비하면 화석의 운명은 얼마나 다행스럽고 또 인간의 품위에 어울리는 일인가. 이런 역겨움에 비하면 화석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구원이며, 언덕과 협곡과 황무지로 이루어진 낙원에 이르는 과정이다. 유성(流星)과 같은 인생의 영화는 무에 불과하다. 돌의 위엄과 지속성만이 최고의 것이다......하고 오비디우스가 말했다고 했다."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최후의 세계』Die Letzte Welt(1988) 장희권 역(열린책들, 2006, 보급판 1쇄), 115-1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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