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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1802)

문학 Literatur 2011. 5. 29. 11:5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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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공소시효가 있듯이 문학에 어떤 시효가 있을리 없지만, 사실 지루했다. 근대 낭만주의 문학의 상징작으로 뽑히는  노발리스의 이 작품에는 설화와 동화의 알레고리가 복잡하게 엮어 있어 꼼꼼하게 안보고 넘어가면 지루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미완성작인 이 책의 2부 "실현"에 가서야 뭔가 알아들을 만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스물 아홉이라는 노발리스의 단명을 상징하듯, 칼로 자르듯 이야기는 중단된다. 참고로, 이 책의 원제인 Heinrich von Ofterdingen은 13세기 초엽의 궁중에서 노래경연을 펼치던 전설적인 연애가수이며, 부제인 '푸른 꽃'은 바다나 하늘을 연상시키는 색조로, 현실 너머의 세계를 향한 낭만주의적 그리움을 노래하는 시적 인식을 상징한다. 

파벨, 에로스로 상징되는 시의 세계가 서기로 상징되는 이성의 세계를 전복시키고 난 후, 페르세우스가 새 왕에게 가져온 유품에 관해

" "여기 폐하의 적들의 유해를 가져왔습니다."
  바구니 안에는 흰 칸과 검정 칸이 그려져 있는 석판이 하나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과 그와 함께 설화 석고와 대리석으로 만든 인물들이 수두룩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체스 게임이에요." 소피가 말했습니다. "모든 전쟁은 여기 이 석판과 이 인물들에게로 추방되었어요. 어두웠던 지난날의 기념물이지요.""

노발리스, 『푸른 꽃』김재혁 역(민음사, 2008, 1판 16쇄), 9장, 218.

하인리히가 마틸데를 잃고 순례자가 되어 방황하다가 만난 실베스타의 딸과의 대화 중

""네 어머니가 누군데?"
"하느님의 어미니."
"이곳에 온 지는 얼마나 됐니?"ㅣ
"무덤에서 나온 뒤로 줄곧 있었어."
"그렇다면 넌 이미 한 번 죽었다는 거니?"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찌 살아 있을 수 있겠어?""

상동,  236-237.  

제 2부에서 교육과 양심에 관한 실베스타와 하인리히의 대화 중

"[실베스타]자네는 부모님의 간섭을 조금도 받지 않고 자란 것을 행복하게 생각해야 하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서로 다른 식성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마구 헤집어놓고 간, 잘 차려진 만찬의 찌꺼기일 뿐이거든...[하인리히]저희 아버지는, 모든 관계를 한 조각의 금속이나 수공업 작업처럼 뜯어보려고 하는 냉정하고도 견고한 사고방식을 지니셨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는 모든 불가해하고 드높은 현상들에 대해서 외경심과 경건한 마음을 지니고 계신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는 어린아이의 성장을 겸손한 극기의 자세로 지켜보시는 것이지요. 어린아이에게는 무한한 샘물에서 갓 생겨난 정신이 작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모든 숭고한 문제에 있어서는 어린아이가 우월하다는 이러한 느낌, 이제 막 위험한 여행의 초두에 서 있는 이 순진무구한 존재를 제 발로 걷도록 가까이서 인도해야 한다는 불가항력적인 생각, 지상의 홍수가 여태껏 한번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든 적이 없는, ㅣ놀라운 세계에 대한 각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이 우리에게 보다 밝고 다정하고 신비스럽게 모이고 예언의 정신이 거의 눈에 보이게 우리 곁에서 걷던 그 놀라운 시절에 대한 그 자신의 회상에서 유추해 낸 사물 간의 교감 등 이 모든 것이 저의 아버지로 하여금 저를 경건하고도 겸손하게 다룰 있게 해주었다고 하겠습니다."(상동, 241)
[하인리히]공포과 고통, 결폅과 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날은 언제인가?[실베스타]이 세상에 단 하나의 힘만 존재하게 되는 날이지. 양심의 힘 말이야. 그리고 자연이 겸손하고 도덕적이 되는 날이지. 이 세상엔 단 하나의 악의 근원이 있어. 그건 바로 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나약함이야. 그리고 이 나약함이란 다름 아닌 도덕적 감수성의 빈약을 뜻하는 거야. 또한 자유의 매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해(상동, 246)...양심은 보편적인 격언으로 명령하지 않아. 양심은 여러 가지 개별적인 덕목들로 이루어져 있지도 않아. 단 하나의 덕목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결정의 순간에 주저하지 않고 결심을 하고 선택을 하는, 순수하고 진지한 의지 말이야. 양심은 생기 있고 독특한 불가분성 속에 살면서 인간의 육체라는 연약한 상징 속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모든 정신의 사지가 진정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지...[하인리히]그러니까 동화의 진정한 정신은 덕의 정신을 다정하게 변장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이보다 하위에 있는 시 문학의 진정한 목표는 가장 드높고 가장 참된 ㅣ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데 있어요. 진정한 노래와 고상한 행동 사이에는 놀라운 유사성이 존재해요. 매끄럽고 거스르는 것이 없는 세계에서 편히 지내던 양심은 매력적인 대화로, 모든 것을 말하는 동화로 바뀌는 거예요.이 태고의 세계의 들판과 커다란 홀에 시인이 살고 있어요."(상동, 24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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