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나쓰메 소세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14 러시아 문학
  2. 2010.11.15 식민본국 수도의 도련님 이야기

러시아 문학

문학 Literatur 2011. 1. 14. 09:57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며칠 전, 도서관에 『닥터 지바고』를 반납하고 어떤 소설책을 볼까 서가를 두리번 거리다 러시아 소설에 눈이 갔다. 도스트예프스키의 주요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20여년 전에 읽었지만, 전집으로 나온 책들을 보자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단 건너 뛴 후 고른 책이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 아직 톨스토이의 『부활』이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와 같은 대작을 읽지 않았지만, 마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견줄만한 대작들을 당장 접하기엔 웬지 부담감이 들었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 나온 작가 연보를 보다가, 톨스토이가 투르게네프와 체홉, 도스트예프스키, 고리끼가 동시대인들일 뿐만 아니라, 특히 투르게네프와 체홉, 고리끼와는 직접 만남을 가질 정도로 친교가 있었지만, 도스트예프스키에 대해선 그의 『죄와 벌』때문에 다소 적대적인 관계였다는 걸 알게 됐다.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인생의 특정 시기에 형성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현재 초기작인 <가정의 행복>을 읽고 있는데, 중년 남성과 나이어린 신부 간에 일어나는 사랑의 질곡이 나이어린 신부의 관점에서 그려지고 있다. 부모님을 차례로 여의고 시골영지에서 보모와 동생, 하인들과 함께 사는 '나'는 아버지의  절친한 젊은 친구였던 세르게이 미하일리치를 후견인으로 맞아 들인다. 그가 집을 자주 방문함에 따라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틔우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하지만, '나'의 요청에 따라 시골 생활의 안정과 고요를 벗어나 도시로 이사를 해 사교계를 드나들면서 '나'는 남편과 감정의 골이 깊이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시골에서 오랫동안 교제한 남자라고는 미하일리치 밖에 없었던 '내'가  사교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 맘껏 고무된 것을 보면서 남편은 절망한다. 페테르부르크로 이사하면서 사교계를 주의하라고 한 남편의 경고는 기우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사랑관의 변화를 『그 후』에서 『문』에 걸쳐 보여주듯이, 서로 다른 사랑의 감정을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보여준다.

텍스트 : 레프 톨스토이, 이기주 역『크로이체르 소나타』(임프린트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8, 초판1쇄).  
반응형

식민본국 수도의 도련님 이야기

문학 Literatur 2010. 11. 15. 12:13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1909)를 읽었다. 이야기의 템포가 매우 더디고 3인칭 소설이지만 1인칭이라고 할 만큼 주인공 다이스케의 심리묘사가 상세해서 지루한 감이 있다. 러일전쟁이 끝나고 한창 일본의 군국주의가 발흥하던 때에, 무사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가  에도에 마련해준 집에서 하인까지 거느리고 빈둥대는 30대의 인텔리 주인공에게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어떠한 반영은 없고 오직 자신의 느낌만이 전부다. 당시 아사히 신문의 전속작가로서 이 작품을 신문에 연재했던 나쓰메 소세키를 극찬하는 가라타니 고진은 결국  아시아 식민제국주의의 본국이라는 시대배경을 가로치고 여기서 일어나는 개인주의를 극찬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에 대한 언급이 한 번 나오는데, 조선 총독부에 가 있는 친구가 고려자기를 보내줬다는 정도다. 물론 제국주의문명의 생산과 팽창에 대한 암울한 전망과 일본경제의 불안정에 대한 서술도 있다. 작가는 단지 개인의 낭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정시되는 사건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극명한 대립을 제시하는 것으로 나간다. 사회와 개인의 대결구도를 소세키가 드러냈다는 점이 고진에게 선구적인 것이다. 곧 전개되는 삼각관계의 붕괴는 제국에 봉사하는 주인공 집안의 멸망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였지만-소설 후반에서 히라오카는 신문사 근처 술집에서 다이스케에게 일본제당주식회사와 같은 스캔들이 다이스케 집안의 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은근히 경고했다- 결말은 밋밋하게 나고 만다. 그러나 자연의 감정에 따르고자 했던 주인공은 소세키의 이후 작품(『문』)에서 내면의 복수를 당해야 했다. 

후반부의 급격한 전개는 셰익스피어 비극의 벼랑끝 질주처럼  속도감이 있지만 주인공들을 단칼에 파멸시키는 무자비함은 없다.

텍스트 : 나쓰메 소세키, 『그 후』윤상인 역(민음사, 2008, 1판 17쇄).

*다음 구절은 도시인의 변덕스러운 심미주의에 대한 다이스케의 주장이다. 자연에 따르겠다는 다이스케에게 작품을 갈아 타서 작가가 복수하는 후기작 『문』(1910)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그는 육체와 정신에 있어서의 미(美)의 유형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미에 접할 기회를 얻는 것을 도시인의 특권으로 여겼다. 모든 종류의 미에 접해서 그때마다 갑에서 을로 마음이 바뀌고, 을에서 병으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감수성이 부족해서 감상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그것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진리라고 믿었다. 그 진리로부터 출발해 도시에서 생활하는 모든 남녀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에 있어서 전부 어떤 계기로 인해 예측하기 힘든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부연하자면, 이미 결혼한 한 쌍의 부부는 양쪽 다 세간에서 부정이라 일컫는 관념에 사로잡혀서 결혼이라는 과거로 인해 빚어진 불행과 항상 마주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다이스케는 감수성이 가장 발달했고, 가장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는 도시인의 대표자로서 게이샤를 선택했다. 그들 중에는 평생 정부를 몇 명 바꾸는지 알 수 없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일반적인 도시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게이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이스케는 요즘 같은 세상에 변함없는 사랑을 입에 담는 사람을 제일가는 위선가로 간주했다."(20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