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단상 Vorstelltung 2010. 2. 17. 09:00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뒤늦게 시골에서 돌아 오는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 저녁에 동서울 터미널에 나갔다. 명절 연휴 다음날이지만 아직도 터미널은 증편된 버스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돌아오는 사람들이 주로 보이는데 비해, 이제야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설레임이 터미널에 있다. 터미널은 오는 사람들의 귀착감과 가는 사람들의 설레임이 뒤섞인 곳이다. 변함없는 노점상의 뜨근한 국수를 먹고 기다린다. 기다린다..

터미널에 대한 또 한가지 기억이 난다. 20대 후반, 종로의 소격동에서 자취하며 살 때가 있었는데, 추석명절이었다. 처음으로 혼자 보내는 명절이었는데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큰누나 집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타고 수원에 가서 버스 터미널을 찾았다. 오래된 터미널이었으며 오래된 버스를 타야 했다. 

이 때 터미널에서 붐비던 인파에 어떤 위협감도 들었다. 명절에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움직임에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청년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움츠려 있는 모습은 터미널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이번주 동해의 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를 기다릴 때, 고향의 터미널에서 오랜만에 만난듯한 두 청년이 취업에 관한 불안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 졸업을 미루면서 자격증 취득 등으로 취업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앞날에 대한 불안이 오랜만의 만남도 어색하게 만드는 분위기다.  
반응형